첫 아이를 낳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엄마가 되었다는 행복감과 동시에, 모든 걸 저에게 의지하는 이 조그만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엄습했던 기억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요. 벌써 어언 이십 년이 다 되었어요. 나름 열심히 책보며 육아 공부하고,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초보엄마가 첫아기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나 첫아이는 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너무나 컸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둘째는 이미 한차례 경험했던 지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마음으로 뭐든 좀 여유있게 대했던 것 같아요. 출생 순위에 따라 부모 마음가짐이 이렇게나 달라지는 걸 몸소 체험했답니다.
사실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갈 거라 생각하면 좀더 성숙한 엄마였어야 했는데, 좀 더 준비된 엄마였어야 했는데 생각을 하곤 해요. 너무나 많이 부족한 엄마였지만 그 시기 제 나름의 최선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저도 태어나서 엄마의 역할을 처음 해 본 지라 실수도 많고, 그로 인해 아이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정말 많아요. 사실 이건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실수하고 배우고, 또 그러겠지요. 딱 아이 나이만큼 저도 같이 성장, 성숙하는 느낌이에요.
힘든 일도 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정말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고 평생 살았을 거라 생각해요. 미드 페어런트후드에서 배운 문장 이럴때 바로 써주어야겠지요~ I love my kids to pieces.
사랑하는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사진이나 앨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를 하고 계실 거예요. 사진 말고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매일 그날 학교에서 한 활동의 흔적(?)들을 뿌듯해하며 들고 와요. 데이케어에 다니는 아가들도, 하물며 강아지 학교에서 발바닥 도장 찍어서 꽃 그려 온 강아지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는 뿌듯하게 주인을 바라보는 장면도 스쳐 지나가네요. 암튼 매일매일 이 흔적들이 모아지면 어마어마하겠지요. 큰 아이는 4살부터 프리스쿨을 다니기 시작해 미국에서 정식 학교 생활을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학교에서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만들어 오는지.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 창작활동은 계속됩니다. 집 안 벽에도 하나씩 붙여 나가고,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보여드리고... 집에 하나둘씩 어머어마하게 쌓이게 되지요. 몰래몰래 휴지통에 버리기도 하지만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이거 왜 버렸냐며 다시 주워 옵니다. 이런 걸 다 어떻게 정리하고 계신가요? 미니멀 라이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집을 나름 깔끔하게 잘 정리하고 살고 싶은데 모두 보관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사진으로 찍어두고 버려라 하기도 하지만 실물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 옛날 사람이라 더 그럴 거예요. 그래서 저는 바인더에 클리어 파일을 끼워 넣어서 보관하고 있어요. 이 클리어 파일을 미국에서는 Clear Sheet Protectors라 해요.
또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하고요. 이때부터는 사실 아이들 작품보다는 어워드나 행사 관련된 기록들이 많아요. 미들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하는 활동은 하이스쿨에 입학하지 않았더라도 하이스쿨 과정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 미들 졸업식까지 해서 바인더를 정리했고, 그 이후는 하이스쿨 과정으로 다시 시작했어요. 미국은 아이가 하이스쿨 들어가면서부터 대학 입학 준비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어요. 대입을 차근히 준비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했던 활동의 기록들을 하나씩 모아두면 여러 가지로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이스쿨 다니는 동안 아이가 해 온 활동들을 바인더에 모아두면 아이가 대학 원서를 쓸 때, 하나씩 넘기면서 그간의 활동들을 빠뜨리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아요. 또 그걸 보며 에세이 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요즘 한국 입시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미국의 일부 대학은 입학사정시 성적(GPA) 외에 엑스트라 커리큘럼(EC) 활동 여부까지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른바 홀리스틱 리뷰(holistic review)라는 이름하에 각 대학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해요.
그리고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원서에 기재한 엑스트라 커리큘럼 활동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해요. 무작위로 오딧(audit)에 걸리게 되면 그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해요. 그럴 때 갑자기 어디서 증거 자료를 모으겠어요. 이렇게 미리미리 모아두면 만에 하나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도 좋아요.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바인더에 아이의 활동 카테고리를 나누어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되니까요.
아마도 집집마다 정리하고 보관해두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더 좋은 방법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제 나름의 방법을 말씀드려 봤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해요. 이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계신 이 땅의 부모님들 수고 많으십니다. 또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