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저는 영어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 그 유명하다는 그래머 인 유즈 책을 사서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세문장 읽고 나니 하품이 나오네요. 그래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를 하려는데 세탁기가 빨래 다 되었다고 불러요. 세탁기 찾아뵙고 다시 자리에 앉아 두 세 문장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불러들여다 보고, 또 두 세문장 보려니 저녁 준비해야 할 시간이고... 여하튼 챕터 하나를 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건지... 그러다 보니 재미도 없고 정말 지루하게 공부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영어 공부를 했다기보다 흉내를 내 본 것이죠. 그 당시 영어를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만 강했지 뭘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던 거지요. 핑계를 대자면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저는 몸 속에 '범생이 피'가 흐르는 사람이에요. 학교 다니면서부터는, 학교 다녀오고 나면 무조건 숙제부터 딱 끝내고, 가방까지 챙겨놓고, 점심 먹고 놀았다고 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려서부터 그랬다고요. 제 할머니와 엄마는 나이도 어린 제가 그렇게 생활하는 게 신기하고 기특했다고 하세요. 저는 누구나 다 이러는 줄 알았어요. 이런 성향의 사람은 누군가 처음에 잘 이끌어 주기만 하면 그냥 따라가면서 하게 되는 스타일이에요.
또 저는 무언가를 한번 시작하면 그냥 계속해요. 스터디 회원님 중에 저와 같은 북클럽에 계셨던 분이 계신대요. 이분이 어느 날부터 북클럽에 나오지 않으셔서 스터디 타임에 여쭤봤어요. 본인의 가장 큰 문제가 무언가를 꾸준하게 못하는 거라고요. 저보고 어떻게 그걸 계속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Once I start something, there is no option to quit." 영어 스피킹 스터디에 서라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요.
사람이란 나약한 존재라 옵션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가고 싶어 해요. 쉬운 길이 있는 걸 아는데 굳이 어렵고 힘든 길로 가기 싫은 거죠. 어제는 저래서, 오늘은 이래서... 그런저런 이유를 대면서요. 저는 그만둔다는 옵션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작하면 그냥 하는 거예요. 물론 도저히 맞지 않는 것이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지만 영어 공부만큼은 그냥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마음먹었기에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어요. 하다가 힘들면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어느 누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영어 실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범생이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영혼이 자유로운 분들은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며 같이 하면 된답니다. 한 번씩 자유롭고 싶을 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게, 잘 이끌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범생이든 아니든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처음에 영어 공부 습관 만들기에 초점을 두었어요.
사람이 한 가지 습관이 제대로 자리 잡히려면, 연구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66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처음 66일 동안에는 휴가 없이 했어요. 처음에는 공부가 안되어도 그냥 출석에 의의를 두고, 그 시간만큼은 무조건 하는 거예요. 영어 공부한 게 머리에 남아있든 아니든 일주일 동안,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면 궁디 팡팡~ 그것으로 반은 성공이에요.
이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영어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 잡히고 나면, 그 다음은 정말 수월해져요. 예전에 자리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게 곤욕이었던 게 조금씩 힘들지 않게 느껴지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들도 조금 시간이 단축되어 빨리 할 수 있게 되고요. 조금씩 조금씩 수월해지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여기에 하나씩 하나씩 다른 것들을 늘려가면서 하면 되는 거예요. 이런 경험이 쌓여가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스스로 느끼게 되죠. 사람은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계속해서 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러니 그다음은 알아서 잘하게 되죠.
영어는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할 게 점점 더 많아져요. 그래서 저는 요즘 시간만 있으면 영어 공부를 해요. 처음에 영어책 한 페이지도 넘기기 힘들었던 저였는데 습관이 잡히고 나니,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내가 찾아서 하게 되는 그런 날이 왔어요. 그리고 어느새 같이 영어 공부하자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고요. 살아보니 영어 공부뿐 아니라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습관"이였어요. 이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썼어요. 다음에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습관을 어떻게 기르는 지도 함께 얘기해 볼게요. 하고픈 말이 정말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제가 아직 글 쓰는 습관이 잡히지 않아서인지 쉽지 않아요. 그래도 매일매일 이렇게 쓰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어 글쓰기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믿어봅니다.
이른바 미국 탑대학에서는 학생 선발 기준이 "우리 대학에 와서 힘든 대학공부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해서 졸업 후 학교를 빛내줄 학생을 뽑는다"라고 해요. 그러면 이 학생이 대학생활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졸업할 수 있을까를 무엇으로 판단하고 결정할까요? 바로 학생의 학교 성적(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로 성실한 아이들은 성적을 잘 받아요)과 엑스트라 커리큘럼(EC)을 얼마나 꾸준히 오랫동안 해오면서 좋은 성과까지 내었느냐로 본다고 합니다. 결국 성적이든 EC든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니까요.
몇몇 대학에서는 합격 후 자신이 그 학교에 합격한 이유를 알고 싶으면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해요. 스탠포드에 합격 후 저희 아이는 자신에게 어드미션 준 이유를 알고 싶다는 신청을 해서 몇 달 전에 열람을 할 수 있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전화로 받았습니다. 조건이 녹음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아이가 들으면서 간단히 메모한 것을 나중에 볼 수 있었는데요. 역시 제 예상대로 "성실과 꾸준함"이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우리가 다 아는 얘기들이에요. 언제나 실천이 어려울 뿐이지요~
영어를 잘하고 싶으시다고요? 특히 영어 스피킹 잘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다면 매일 꾸준히 같이 공부해봐요, 우리~ 제가 같이 꾸준히 영어 공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영어 공부는 함께해야 제 맛!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