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이번 여름, 둘째 혼자 한국 방문 중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벌써 다음주면 집에 돌아옵니다. 둘째가 대학원서를 쓰면서 이번 여름에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미국에 사는 아이들 대부분이 하이스쿨 마치고 대학가기 전 여름에 한국에 다녀오는 것이 코스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서 가보고 싶다고 해요. 만 18세가 넘었으니 혼자서 비행기타고 가보고 싶다고요. 다른 곳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있는 한국은 안전한 편이라 그러자하고 하이스쿨 졸업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다행히 아이가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어서 혼자 한국에 가도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어요. 

 

 얼마전 매직낭독 한 회원님께서 개인적으로 질문을 주셨어요. 저희 아이들이 한국말을 어떻게, 어느 정도 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그래서 겸사겸사 저희 아이들이 한글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해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두 아이 모두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에요. 

 

 저희 아이들은 미국에 오면서부터 바로 한글학교에 다녔어요. 한국에서 정식으로 단체생활을 한 적 없는 4살, 19개월 아이들이라 한글도 영어도 둘다 필요한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한글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두 아이 데리고, 수업할 자료 한가득 챙겨들고 한글학교로 가는 게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에서의 삶이었어요. 마침 어린반 선생님이 부족했던 때라 저는 5-6살 아이들 한글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비교적 어린 아이들이라 토요일 4시간 동안 수업에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때 '가나다라마바사~~'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시작하고, 수업 중간에는 한글자음과 모음을 오려서 준비해 가져가서 직접 종이에 붙여가며 그날의 글자 만들기를 했었어요. 저희 아이들도 그렇게 같이 놀면서 한글 원리를 배우게 했어요.

 

 그리고 한글책을 정말 많이 읽어주었어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이삿짐에 책을 많이 넣어왔어요. 낮에도 시간날 때면 같이 책을 읽었고, 매일 잠자기 전에 읽을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너무 많이 들고 와서 나중에는 잠자기 전에는 다섯 권 정도로 제한해서 읽어줬어요. 낮에도 밤에 읽을 책 챙겨놓자 하면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 고르며 즐거워했어요. 아이들 옆에 나란히 누워서 책을 읽어주다보면 너무 피곤해서 가끔씩 잠고대처럼 헛소리를 할 때도 있고, 어떨때는 제가 먼저 잠들 때도 많았어요. 그러면 남편이 책을 더 읽어주거나 데리고 놀아주고 그런 날도 많았답니다. 미국와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도시락부터 싸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저는 늘 피곤했어요. 

 

 보스턴으로 이사와서도 아이들은 바로 한글학교에 등록해서 다녔어요. 마찬가지로 저도 한글학교 선생님을 했었고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갈수록 주말에도 바빠져서 정식 한글학교 교사가 아닌 선생님이 못오시는 수업에 대타로 들어가거나 학교행사 등이 있을 때 도와드렸고요, 아이반 대표엄마로 일하며 졸업파티까지 마무리 했어요. 얼마전에도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 대학에 가니 한글학교로 돌아와야하지 않냐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한글학교랑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났어요. 

 

 큰아이는 둘째보다 두 살 많으니 조금 먼저 보스턴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BYSO) 멤버로 매주 일요일마다 리허설을 다녔어요. 그 시간 둘째는 큰아이가 오케스트라 가 있는 시간에 집에서 한국프로를 같이 봤어요. 그때 봤던 프로가 '아빠 어디가'와 '동물농장'이었어요. 엠씨 김성주씨의 아들, 민국이가 둘째 또래로 관심이 많이 갔고, 사랑스런 동생 민율이, 배우 성동일씨 아들, 성선비 성준이, 엉뚱한 여동생 빈이, 가수 윤민수씨의 아들인 다정한 윤후... 매주 아이들 모습 보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또 동물 좋아하는 둘째가 고른 프로는 동물농장이어서, 이때 동물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생각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남편이랑 둘째랑 셋이서 나란히 앉아서 맛있는 거 먹으며 한국티비를 봤어요. 그러다 둘째도 보스턴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면서는 예전처럼 한국프로를 같이 볼 시간은 없었어요. 

 

 그래도 한글학교를 매주 토요일마다 다니며 한국친구들 만나고, 숙제도 하고요. 보스턴 지역에서 나름 규모가 가장 큰 한글학교라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학교로 한글 교육뿐 아니라 여러 행사도 개최해서 각종 글짓기 대회, 한글영어 번역대회, 나의 꿈 말하기 대회 등등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아래는 둘째아이가 7학년때(한국에서는 초6, 중1정도) 뉴잉글랜드지역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내 마음 속의 리더 - 훌륭한 리더는?

 

내 마음 속의 리더 - 훌륭한 리더는?

 살면서 좋은 리더를 만나본 적이 있으십니까? 좋다, 나쁘다로 구분짓기 전에 저는 훌륭한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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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가끔씩 식사시간에 남편이 아재개그를 하면 자동으로 아이들 한글실력 테스트가 되곤 했어요. 

예를 들면, 베를린 사람이 주는 음식은 함부로 먹으면 안돼. 왜일까?

 

정답) 독일 수도가 있어서 // 독 일수도 있어서

   

이 문제의 정답을 맞추기 위해서는 독일의 수도가 베를린이라는 것과 독(poison)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런식으로 남편이 아재개그를 가장한 한글 테스트를 하면 아이들은 신나서 답하곤 해요. 틀려도 상관없어요. 말 그대로 아재개그, 아이들도 부담없이, 테스트라 생각지 않고 편하게 대답해요. 말 그대로 재미있게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거라서요. 

 

 지난번 둘째 아이가 여름방학이면 다녔던 써머캠프 Camp Huckins를 말씀드렸었어요. 아이가 캠프에 가 있는 동안 아이와 매일 편지를 주고 받았어요. 가끔씩 철자가 틀린 것이 있어서 고쳐줄까 어떨까 하다가 첫 캠프를 마치고 오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이한테 물어보니 한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니까 틀린 걸 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답장을 할 때면 잘못된 철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주곤 했어요. 

 

여름방학 추천 써머캠프 Camp Huckins 리더쉽 & 아웃도어 써머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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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선생님이 미쳐갈 때쯤이면 방학해서 엄마가 미칠 때쯤이면 개학한다는 우스개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비하면 미국의 여름방학은 정말 깁니다. 지역에 따라 이미 여름방학을 맞은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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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캠프에 가면 받았던 편지들과 마더스데이, 파더스데이에 받은 카드들 몇 장 올려봅니다. 

둘째에게 받은 편지와 카드

 

아이들과 문자를 한글로 답하고요. 큰아이는 대학을 간 이후로 가끔 영어로 문자를 보내오기도 해요. 핸드폰에 한글영어 전환하기 귀찮으면 그냥 영어로 보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주로 한글로 보내와요. 재미있는 게 제가 존댓말을 쓰면 아이들도 존댓말로 답해요. 요즘은 큰아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느라 학교에서 생활할 때 보다 더 자주 문자를 주고 받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문자랑 카톡이 안되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얘기 나눠요. 카톡 단톡방처럼 그룹을 만들어서도 대화할 수 있어 페이스북 메신저도 쓰기 좋아요. 둘째도 한국에 가서 있으면서 본격적으로 카톡을 쓰기 시작해서 요즘 다양한 이모티콘 쓰는 재미에 빠졌어요.

요즘 이모티콘에 빠진 둘째와 나눈 카톡 1
요즘 이모티콘에 빠진 둘째와 나눈 카톡 2

  두 아이 모두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 같지않게 한국말을 할 때 억양이 전혀 없어요. 그냥 말소리만 들으면 한국에서 막 온 아이라고 할 정도로 구분하기 어려워요. 요즘은 한글학교 다닌지도 꽤 되기도 했고, 한글을 쓸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카톡들 주고 받을 때 오타도 있고, 스펠링을 헷갈려해서 조금씩 틀리기도 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한번씩 바로 알려주기도 해요. 한글을 책으로 배운 큰아이. 그에 비해 19개월에 미국에 와서 한국말을 배우기에는 큰아이보다 조금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한국티비를 볼 기회가 있었던 둘째는 구어체 한국어를 구사해요. 이번에 한국에 가서 카톡할 때도 "ㅇㅇㅇ는 누구임?, 뭐임?," 그러고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펌하는 사진을 보내더니 "문어 되었음" 하는 것 보고 남편이랑 웃었어요. 아마 이번에 한국에 가서 신조어, 유행어 등 한국말을 더 배우고 왔을 듯 싶어요. 

 

 아이 둘이서 대화할 때는 영어를 쓸 때가 더 많기 하지만 저희집은 한글을 주로 사용하는 가정이에요. 한때 제가 엄마 영어공부를 위해서 영어로 얘기하자 제안한 적이 있었어요. 흔쾌히 그렇겠노라 하더니만 하루만에 큰아이가 엄마랑 영어로 대화하니 엄마같지가 않다며 다시 집에서 한글쓰는 걸 제안했어요. 사실 영어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속으로 아깝다 했어요. 대신 제가 영어공부하면서 모르는 것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고 도와줘요. 그리고 한국말을 잘하니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 좋아요. 그렇지만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 한글을 가르치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분명 아이들 키우다보면 왜 한글학교에 왜 다녀야 하냐고 하고, 한글을 왜 배워야 하냐 물을 거에요. 그럴때면 뭐라고 말씀하면 좋을까요? 오늘은 질문으로 마무리를 지어봅니다. 

 

미국 대학생활 엿보기 엄마와 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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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커서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어요. 큰아이는 대학 2학년이고, 둘째는 하이스쿨 졸업을 앞두었으니까요.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이런 것만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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