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도 한국 이름처럼 기본 2음절 이름이면 얼마나 부르기 편할까요? 안그래도 영어때문에 고생하는데 아이 친구들 이름을 기억하려면 너무 머리 아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신경썼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이 친구들 이름을 기억하는 거였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 친구들간의 얘기 등을 할 때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줄 수 있으니까요. 그 덕분에 아이들 어려서 만난 친구들 이름도 아직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학교에 한국아이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다가 만나는 친구들이 한국아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인종의 아이 친구들의 영어이름이 어쩔때는 너무 길고 발음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저희집에서는 아이들 친한 친구들을 부르는 애칭이 있답니다.
예를 들면,
학교 소식통 케일럽은 일럽이,
넓은 마음으로 친구들 챙기는 빅토리아는 빅선생,
샤넬매장 들락거리는 천재 프랭크는 샤넬이
착하고 순한 눈망울을 가진 시브는 이요르
도라같은 캐릭터를 가진 진짜 이름도 도라는 도라도라도라
얼굴만큼 마음씀씀이 예쁜 소피는 소피쓰,
한없이 마음 착한 또다른 소피는 소피 W...
큰아이와 이름이 같은 스포츠우먼 ㅇㅇ이는 어나더 ㅇㅇ이...
다행히 둘째 친구들은 이름이 1 음절, 2 음절인 친구들이 많아서 조금 편해졌어요. 그냥 그대로 부를 수 있으니까요. 단지 영어이름이 길어서 애칭을 부르는 게 아니라 아이들만의 캐릭터가 있어서 쉬운 이름도 애칭을 붙여 부르기도 해요.
아이들 킨더, 초등, 중, 고...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상 아이들이 커갈수록 학교가 커져요. 저희 동네 디스트릭은 초등학교 네 개가 합쳐져 중학교, 중학교 두 개가 합쳐져 고등학교로 구성이 되니 올라갈수록 학생수가 계속 배로 늘어나요. 그만큼 아이들이 점점 큰 사회로 나아간다는 의미겠지요. 그만큼 엄마도 외워야 할 아이 친구들 이름이 점점 늘어납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하이스쿨은 쿼러제 학교에요. 매 term이 끝나면 아이들 성적표를 각 하우스 복도 앞에 붙여 놓아요. 성적표라고 해서 디테일한 성적표는 아니고 unweighted로 하이 아너(High Honors: A 이상)와 아너(Honors: B 이상)를 구분해서 학생이름을 올려 둔 거에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최우수상, 우수상 정도 될 거에요. 아이학교에 갈 때면 저는 사진을 찍어서 왔어요. 이유는 전교생 이름이 나와있으니 사진 한 장으로 한 번에 아이 친구들 이름을 보고 기억하기 좋아서였어요. 이름 외우려고 아이들 졸업 앨범을 들춰보거나 스쿨 디렉토리를 찾아보지 않아도 한 눈에 전교생 이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편했어요.
단지 아이 학년 아이들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전교생 이름이 나오니 나름 학교에서 유명한 아이들도 알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학교 소식 등 얘기나눌 때도 누가 누군지 이름에서 막히지 않고 척척 아이들 얘기도 들어줄 수 있었어요. 여기에 덧붙여 대강 그 아이들의 성적까지도 알 수 있기도 했어요. 이것은 나중에 아이가 대학원서 쓸 때도 좋은 지표가 되었답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 년간 온라인 수업을 하고, 그 와중에 학교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나서는 더이상 성적표를 복도에 붙이는 일은 없어졌어요.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겪는 고충을 감안해서 성적으로 부담을 주지말자라는 취지에요. 바뀌면 바뀐대로, 학교의 방침대로 그에 맞게 따라가면 됩니다. 여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생활하면 되니까요.
내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어디에 살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들 친구들에게도 관심가져 주면 아이들도 더 즐겁게 생활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밝게 웃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