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둘째 하이스쿨 졸업식이 있었어요. 킨더부터 시작해서 12년 간의 미국에서 공식적인 학교일정을 마치게 되는 날입니다.원래는 야외졸업식 예정이었으나 100%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하루 전날 체육관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엄마아빠에게는 라이드 졸업, 아침 8시까지 내리 잠잘 수 있다며 남편도 신났습니다. 저도 도시락과 라이드에서 졸업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외롭다 느낄 때가 바로 졸업식이기도 해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 사촌들까지 가족 모두 동원되어 졸업식에 참석하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 가족만 달랑 참석해야 하는 이때, 우리는 이방인이였음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저희집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보스턴 지역에서 규모가 큰 공립 학교라 학생이 많습니다. 총 네 개의 하우스로 나누어져 각 하우스별로 아이들이 졸업가운을 입고 등장해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교장선생님과 학생 대표 아이들이 소감발표를 하고 본격적인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각종 어워드는 졸업식 행사 한 시간 전에 아이들끼리 미리 나눠받고, 정식 졸업식에서는 졸업장(diploma) 수여를 합니다. 각 하우스별로 라스트 네임 알파벳 순으로 한 명 한 명 아이들 이름을 호명하면 무대 위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고, 정해진 자리에 가서 졸업장을 들고 졸업기념 사진도 찍습니다. 요즘 인스타그램하기 바쁜 아이들은 단상에 올라가 인스타그램용 셀피를 찍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폭죽을 졸업가운 안에 준비해와서 지나가며 팡팡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큰아이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정식 졸업식을 못했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에게 미국 공립고등학교의 졸업식은 둘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정식으로 하이스쿨 졸업식을 했답니다.
졸업 사각모에 멋지게 꾸며고 다양한 장식을 한 아이들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진학하는 대학의 로고나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졸업사각모를 꾸며 장식합니다. 똑같은 졸업 가운과 사각모를 쓰고 있는 졸업생 중에 꾸민 졸업 사각모를 쓰고 있으면 한 눈에 아이를 알아볼 수 있으니 좋은 아이디어 같아 보여요. 실제로 둘째 친구들 중에는 몇일 밤샘 작업하며 사각모를 꾸몄다고도 해요. 아래 세번째 사진은 같이 하버드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는 친구인데 졸업 사각모에 하버드 로고로 멋지게 꾸몄어요. 어떤 고등학교는 졸업생 모두 사각모를 꾸미게 하는 학교 전통이 있기도 하대요. 또 졸업가운에 숄을 걸치고 오거나 스카프 등으로 나름의 패션을 선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각자 자신만의 연출로 졸업식에서 빛을 냈습니다.
미국 하이스쿨 졸업식에서 전통적인 의식 중 하나가 바로 시가(담배) 피우기, 졸업식을 마치고 야외로 나오니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납니다. 여기저기서 담배를 꺼내 피우는 아이들, 졸업가운 입고 담배를 당당히 피우는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했어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나이는 만 18세로 대부분 하이스쿨을 졸업하는 나이와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일종의 해방감을 나타내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합법적인 흡연가능한 나이는 만 18세, 합법적인 음주는 만 21세입니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12년 간 학교 다니느라 수고한 아이들, 뒷바라지한 부모님들 모두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