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기숙사는 어떤 모습일까? 많이 궁금하시죠. 저역시 그랬답니다. 큰아이가 벌써 대학 2학년을 마쳤지만 얼마전 아이 학교에 다녀온 저로서는 대학 기숙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지난번 아이 학교에 갔을 때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둘째가 하버드 비지타스데이에 호스트의 친절한 안내로 기숙사도 볼 수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대강 모습만 보고 사진도 찍지 않았어요.
대학마다 기숙사 모습은 다를거에요. 또 같은 대학이더라도 어떤 건물의 기숙사에 배정받는냐에 따라 또 다를테고요. 미국에는 총 1924개의 대학교가 있다고 해요. 그 많고 많은 대학 중 하나인 큰아이가 다니는 스탠포드 대학교 기숙사 모습입니다.
큰아이는 스탠포드 소포모어(2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Toyon Hall에 two room double 형태의 기숙사에 있었어요. 밝은 낮에도 찍어보고, 짐정리 마치고 밤에 호텔로 들어가려고 우버 기다리면서도 찍어봤어요.
기숙사 옆으로는 스탠포드 학생들의 필수품인 자전거가 나란히 나란히 가지런하게 주차되어 있어요.
그리고 각 기숙사 건물마다 교수님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해요. Toyon Hall 기숙사에도 교수님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살고 계시고, 아이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이래요. 기숙사에는 스탠포드 재학생 또는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주어지는 아이디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데요. 교수님 아이들은 학교 소속이 아니기에 이 카드가 없대요. 또 이 교수님 부부는 일찍 주무시는 커플로 유명하시고,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님이 주무시는 밤 늦게 집에 들어오려면 자기 집인데 들어오지를 못한대요. 그러면 1층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Help"하면 학생들이 문 열어준다고 재미난 얘기도 들었어요. 1층 기숙사에 사는 아이들은 이 교수님 아이들 문열어 준 경험이 한 번쯤은 다들 있다는 말에 웃음이 났어요.
기숙사 건물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안쪽에 멋진 정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곳이 리조트인가 기숙사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멋져요. 계단을 올라 바로 아이 방으로 가는 복도 모습이에요. 이 복도를 따라 기숙사 방 들이 나란히 있고, 문에 하얀 세모모양이 있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에요. 앞에도 써있지만 All- Gender Restroom 남녀공용 화장실입니다. 말로만 들었던 미국대학의 남녀공용 화장실입니다. 화장실만큼은 구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저는 올드세대입니다. 남녀공용 화장실이라 너무 어색할 것 같았는데 막상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제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남학생이 있었지만 저도 그 남학생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사용했답니다. 마침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학년말 final 시험 주간이라 기숙사 안이 무척이나 조용했어요. 아이 말이 다들 도서관이나 기숙사 또는 어딘가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을 거라고 해요.
복도 앞에 마련되어 있는 식수대, 여기 물을 바로 마셔도 되고요. 저희 아이는 브리타 정수기를 구입해줘서 여기서 물 받아서 마시고 있어요. 저희 아이는 브리타 정수기를 타겟에서 온라인 주문해서 학교로 보냈어요. 5-6컵 정도의 브리타 정수기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집에 왔을 때 필터 더 챙겨서 주세요.
또 사진에는 없지만 각 층마다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흡입력 강력한 청소기가 있어 따로 청소기를 준비해주지 않아도 되었어요. 기숙사 용품 준비할 때 참고하면 좋을 듯 해요.건물 안으로 들어서면곳곳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거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테이블,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많이 보였어요. 사진으로 다 담아왔어야 하는데 지나고 나니 아쉽네요.
여기는 샤워실입니다. 화장실처럼 샤워실 역시 남녀공용이에요. 샤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학생들의 샤워용품을 정리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그래서 매번 샤워캐디를 들고 가지 않아도 되어 편리해 보였어요.
이번에는 세탁실입니다. 짐정리해서 오느라 이번 방문하면서 제가 제일 많이 들락날락했던 곳이에요. 아이 기숙사 방은 2층이고 여기는 1층, 계단 내려가면 바로 있어요. 세탁물을 시간맞춰 빼지 않으면 저렇게 빨래가 세탁기 위에 올라가 있어요. 보통 공용 세탁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죠. 그래서 아이에게 세탁기 돌리고 핸드폰에 타이머 맞춰놓고 이용하라고 캠퍼스에 가기 전에 얘기해 줬었어요.
세탁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학교에 따라 코인을 넣고 사용하는 곳도 있고 스탠포드 대학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학도 있습니다. 각 학교마다 달라요.한 유닛에 세탁기 두 대, 건조기 두 대 이렇게 놓여있어요. 아이가 대학 캠퍼스로 떠나기 전에 세탁기 기능을 열심히 설명해 줬었는데 집에 있는 세탁기랑 달라요. 오히려 아이가 능숙하게 척척 세탁기 쓰는 모습을 제가 바라봤답니다. 대학 기숙사 세탁기 사진을 크게 찍어봤어요.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긴 기숙사 아이 방이에요. 각 방에는 침대, 책상, 서랍장이 있어요.
참고로 미국 대학 기숙사의 침대는 모두 트윈 twin extra-long 사이즈입니다. 기숙사 침구 준비할 때 신경써주세요.
기숙사가 two room double 형태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방 하나가 보이고,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세면대와 클로젯 두 개, 중간에 커다란 서랍장이 있어요. 클라젯 공간이 넉넉합니다. 서랍장의 서랍이 조금 뻑뻑해서 여는 게 쉽지 않았지만 잘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룸메이트와 상의해서 어느 방, 어느 클라젯을 쓸 것인지, 서랍장은 어떻게 쓸 것인지 등등 미리 다 얘기한다고 해요. 큰애는 기숙사에 가기 전 미리 온라인으로 친구들을 사귀어서 룸메이트를 정해서 갔어요.
스위트룸(suite room) 형태의 기숙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넓다보니 그 기숙사로 가서 잘 놀고 온다고 해요. 가끔 아이가 올린 사진들 보면서 어디 놀러갔나 싶은 곳은 바로 스위트룸 형태의 기숙사였습니다.
저는 아이가 대학 2학년 마칠 때가 되어 학교에 처음 가 본지라 첫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의 기숙사를 같이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처음 세팅을 잘해놓으면 그대로 유지하며 살면 되니 조금 편히 생활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나름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배우는 것도 많았다고 해요.
미국 대학생활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기숙사, 캠퍼스의 낭만과 꿈이 담겨있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큰아이는 대학 1학년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지냈고, 여름학기에서야 비로소 학교 캠퍼스로 갈 수 있었어요. 그때만해도 기숙사 공간이 여유있을 때라 대학원 기숙사에서 지내서 호텔인가 기숙사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나게 시설좋은 대학원 기숙사에서 지냈어요. 같은 대학 안에서도 어느 기숙사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사는 모습이 조금씩 다른 듯 해요. 이제 대학 3학년에는 어느 기숙사에서 지낼지 또 기대도 됩니다. 가을학기 study abroad로 독일로 가게 되어 다녀와서야 기숙사 배정을 받게 되어 아직 기숙사 신청도 안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어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될지 모른다고 해요. 어디에서 지내든 남은 대학생활 건강하고 즐겁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