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신입생들은 하버드 야드에서 1년을 보내게 됩니다. 둘째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하버드의 힐튼이라 불리는 곳이에요. 그런데 엘리베이터도 없고, 에어컨도 없어요. 그래도 다른 학생들이 다 부러워하는 돔 dorm이라고 해요. 위치도 좋고요. 기숙사 정문을 열어 보니 높다란 계단이 길게도 놓여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올라 아이가 배정받은 기숙사 방문 앞에 가니 아이들 이름표가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일 년간 함께 지낼 아이들 이름과 함께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나와 있어요.
둘째가 지낼 기숙사는 3 bedrooms를 5명이 나눠서 써야 해요. 더블룸 하나,싱글룸 두 개, 그런데 이 싱글룸 중에 침대를 두 개 넣어둔 곳이 있어요. 당연히 좁겠죠. shared living room, shared bathroom 형태고요. 커먼룸이라 불리는 곳에 아이들 책상과 책장,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놓여있어요.
기숙사 배정을 받자마자 룸메이트 중 한 아이가 자기가 독방을 쓰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저희 아이 포함 다른 룸메이트 아이들이 이런 걸로 소리나는 거 싫다고 그냥 그러라고 했다고 해요. 그다음 일주일 먼저 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한 룸메이트들이 더블룸, 큰방을 차지했고요. 여행 마치고 무브인데이 며칠 전에 돌아와 급히 학교로 간 둘째는 선택의 여지없이 작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래도 둘째는 괜찮대요. 원래 하버드 규정상 모든 아이들이 기숙사에 도착한 다음에 공정하게 방을 정하라고 되어있어요.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기숙사 룸메들이 들어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다 같이 모여 동전 던지기나 제비 뽑기 등으로 방을 정하기도 한대요. 어쨌든 둘째는 그렇게 작은 방을 쓰기로 했어요. 이러면서 세상을 배워나갈 거라 생각해요.
하버드 야드에 신입생이 쓰는 여러 기숙사가 있지만 저희 아이가 쓰게 될 기숙사를 살펴볼까요.
여기는 커먼룸입니다. 독방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책상과 책장, 냉장고 등이 있는 공간이에요. 이사 중이라 무빙박스 등이 아직 그대로 있어요. 먼저 온 아이들이 책상을 정해서 남은 책상을 둘째가 쓰게 되었어요. 아래 비어있는 책상을 둘째가 쓰기로 합니다. 하버드 학생 책상 위에 하나씩 놓여있는 공기청정기, 하버드에 입학예정이라면 공기청정기 따로 구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와 사진이 뿌옇게 보이네요. 바닥이 마룻바닥이라 청소하기가 아주 쉽겠다 싶어요.
이번에는 침실이에요. 좁아도 아주 좁은 침실, 트윈 침대 두 개 놓고 나니 방이 꽉 차요. 침대 아래로 보이는 서랍장 하나, 아이마다 하나의 서랍장을 갖게 되는데 방이 좁으니 서랍장 하나는 커먼룸에 있어요. 위의 커먼룸 사진에 떡하니 서랍장이 놓여있는 거 보이시죠? 방문을 열고 나오면 공동으로 쓰는 클라젯을 하나 더 있어요.
이번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입니다. 샤워커튼을 젖혀보니 샤워부스는 상당히 넓었고요. 세면대 두 개가 나란히 있고, 간단한 청소용품도 비치되어 있어요. 복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기숙사 안에서 샤워할 수 있고, 화장실 다니니 그건 편할 것 같아요.
이제는 아이 침대랑 책장, 서랍장 정리한 것 보여드릴게요.
하버드 기숙사에는 덩그라니 매트리스만 있어서 좀 당황했어요. 스탠퍼드는 매트리스 프로텍터가 기본적으로 씌워져 있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매트리스 청소기 챙겨 오는 건데 싶었어요. 매트리스 위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어 정리하고, 먼지 털어내고는 야심 차게 준비해 간 베드버그 프로텍터를 꺼내서 매트리스에 씌웁니다. 옷장정리하던 룸메 엄마가 눈이 휘둥그레~ 그건 어디서 샀냐고 좋아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BBB에서 샀고, 타겟에 가도 있다고 얘기해 주었어요. 아이가 동부로 대학을 간다면 베드버그 프로텍터 사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매트리스 프로텍터, 대학 기숙사 침대 매트리스에 씌울 거라서 기능성만 보고 구입하면 됩니다. 하버드 대학 기숙사처럼 매트리스만 있는 학교라면 꼭 준비하시길 추천하는 매트리스 프로텍터입니다.
둘째랑 방을 같이 쓰는 룸메는 미시건에서 왔어요. 딸 셋 아이와 남편까지 함께 와서 기숙사 무빙을 도와주는 모습이 다복해 보였어요.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겠다는 제 말에 큰애가 프린스턴 다녀서 익숙하다고, 괜찮다고 합니다. 저는 보스턴에 산다고 가까이 있으니 애들 잘 챙길게라고 하니 제 번호를 알아가야겠다고 해서 바로 제 전화번호 주고 왔어요.
매트리스에 베드버그 프로텍터를 씌우니 벙벙해보이는데 여기에 매트리스 타퍼를 올리니 괜찮았어요. 그리고 차례로 이불정리를 합니다. 둘째 컴포터랑 듀벳은 이케아에서 구입했어요. 보통 대학기숙사 이불은 무조건 컴포터입니다. 듀벳커버는 사치입니다. 둘째는 집이랑 가까워 엄마찬스를 쓸 수 있어 과감히 듀벳커버도 준비했어요. 근데 여차하면 그냥 컴포터만 쓸 수도 있습니다. 둘째가 흰색베딩을 원해서 흰색도 준비했는데 우선 귀여운 동물프린트 듀벳커버로 정리했어요. 그리고 하얀 돌고래와 펭귄인형 나란히 올려놓아주었어요. 침대 정리 끝입니다.
IKEA 컴포터가 warm, light warm, cooler 등 옵션이 있어 좋아요. 배정받은 학교 기숙사의 실내 온도 등을 선배나 온라인상으로 알아보고 아이가 추위를 얼마나 타는지 여부에 맞추어 준비하면 될 듯 해요. 그리고 여기에 담요 하나 더 넣어주면 추운 날은 이불 위에 덮으면 되고요. 담요는 흰색러버인 둘째가 코스트코에서 흰색으로 골랐어요. 사이즈가 넉넉한 담요라 두 겹으로 덮어도 좋고, 감촉이 보드라워서 아주 만족해합니다. 남편은 흰색 담요, 어떻게 감당하냐고 걱정하지만 엄마찬스가 있는 둘째는 과감히 흰색 담요를 골랐습니다. 참고로 큰아이는 코스트코의 '그 담요'로 유명한 Pendleton으로 구입해 주었어요.
아래는 IKEA 트윈 컴포터 링크입니다. 대학시절 기숙사에서 마구 쓰고 졸업과 동시에 안녕해도 될 만큼 부담없는 착한 가격입니다.
큰아이는 집하고 학교가 멀어서 혼자 관리해야 해서 더러움이 눈이 띄지 않는 색으로 골라서 준비했어요. 4년간 아주 잘 쓸 것 같아요.
침대 위에 떡하니 놓여있는 새하얀 돌고래 인형은 둘째가 엘리 2학년 마친 여름방학, 한국 방문해서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니 벌써 오래전 일이에요. 어딜 가나 기념품 샵을 그냥 못 지나치는 아이들, 제주 해양동물박물관 기념품 샵에서 사 왔던 돌고래인형이에요. 미국에 저 부피 큰 돌고래인형까지 챙겨 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선뜻 사주지고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큰애가 "엄마, ㅇㅇ이 돌고래인형 사주세요. 저는 안 사줘도 돼요." 했던 일화가 있어요. 기숙사 준비물 챙기는데 둘째가 저 인형을 기숙사에 가져가겠다고 들고 나오니 그때 일이 생각났어요.
인형 좋아하는 둘째, 그 많고 많은 인형 중에 이 돌고래 인형이 대학 기숙사에 같이 가게 되었어요. 펭귄은 캐나다 몬트리올 갔을 때 사온 거고요. 이것 역시 사연 많은 펭귄이에요. 얘기가 자꾸 딴 길로...
이번에는 책장정리입니다. 책장에 이렇게 바구니를 이용해서 정리하면 좀 깔끔해 보여요. 플라스틱 컨터이너보다 착착 접어서 보관할 수 있어 자리차지하지 않아 나중에 기숙사 짐 뺄때도 좋아요. 둘째가 행사로 바빠서 계속 기숙사를 비우게 되어 제가 정리해 주고 나중에 번호 붙여서 각 바구니에 들어있는 것들을 알려주었어요. 아래 바구니는 10 ×10 인치 정도로 준비하면 좋아요. 보통 대학 기숙사에 쓰는 책장 사이즈가 정해져 있는 듯 해요.
하얀 플라스틱 바구니는 다이소 제품으로 오래전 한국에서 구입해왔던 거고요. 화장품이랑 영양제 등 자잘한 것들 분리해서 정리해 두기 아주 좋아요. 보관할 때는 착착 겹쳐 올려놓으면 공간도 많이 차지 않아요. 그리고 둘째 아이가 키우고 싶어 하던 화분까지 챙겨놓았어요. 코스코에서 구입했어요. 먼지구덩이 속에서 잘 살기를 바라봅니다.
침실에 있는 서랍장이 하나라 룸메랑 공평하게 나눠씁니다. 위에 두 칸은 룸메가 쓰고, 아래 세 칸은 둘째가 쓰고요. 대신 커먼룸에 있는 서랍장은 그 반대로 하기로 하고요. 서랍장을 깨끗이 닦고는 차례로 정리합니다. 기숙사에 있는 서랍이 낮은 편이라 용도에 맞게 정리해야 했어요. 여행용 오거나이저에 정리해서 그대로 서랍에 넣고 쓰면 편해요. 다시 기숙사 나올 때도 정리가 간편하고요.
작은 옷장을 룸메랑 반으로 또 나눠써야 해서 나중에 가을, 겨울 옷들이랑 바꿔서 걸어야 해요.
대학 기숙사 안은 금세 돼지우리가 된다지만 처음에 제대로 세팅해 두면 그래도 나으니까요. '이대로 유지만 해다오' 하는 바람을 담아 정리해 주었어요.
다들 멀리서 오신 부모님들이라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대부분이었어요. 준비해 간 빨간 고무장갑끼고 여기저기 박박 문질러 닦고, 문 손잡이, 전기 스위치 등등 모두 클로락스 와입스로 닦아주고요. 바닥도 다 청소해 주고 왔어요. 날이 너무 더워서 집에 와서 타워형 선풍기 들고 가서 커먼룸에 놓고 회전기능해 놓으니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마지막에 룸메들 모두 모이라고 해서 기숙사 첫날 기념사진으로 마무리해 주었어요.
이렇게 둘째아이 기숙사 무브인데이에 가서 정리해 주고 오니 큰아이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코로나 시국이었으니, 또 동생이 하이스쿨 시니어로 입시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지만 멀리 대학 간 아이라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했었을 텐데 싶었어요.
쿼러제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이 이제 막 개학했을 거예요. 처음으로 부모품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지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씩씩하게 적응하며 멋진 대학 생활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