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여기에 스승의 날도 있죠.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달이에요.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결혼적령기니 하며 나이 되면 당연히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성인이 되면 결혼하고, 또 행복한 가정의 기본은 엄마, 아빠, 아이로 구성된다는 그림이 막연히 머릿속에 있었어요. 요즘은 비혼주의와 딩크니 싱크니 하며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좀 더 다양한 풍토로 바뀌어 가는 듯 해요.
결혼하고 아이가 있으면 무조건 행복할까요? 꼬물꼬물 고사리손 꼭 쥐고 자고 있는 아가를 보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날도 있고요. 때 맞춰 밥도 못 먹고, 인간으로서 기본생활 조차 못하니 당연히 힘든 날도 있고요. 아이로 인해 행복하기도 하고, 또 아이로 인해 부부간에도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요. 나에게 엄마란 이름표를 달아준 아이 덕분에 몰랐던, 모르고 지냈던 세상의 많은 일들을 무수히 경험하게 됩니다. 딱 아이들 나이만큼 저도 같이 다시 자란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큰아이 네 살, 둘째 19개월에 미국에 온지라 한국에서 아이키우며 사는 생활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탓에 미국이란 나라에서 육아하는 게 힘들게 느껴졌고, 주변에 도움받을 가족이 아무도 없이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생활하고 밤에는 지쳐 잠들었다가 이른 새벽 창문 밖 호숫가 바라보며 센티해져서 홀로 눈물 흘린 적도 많았어요. 걱정하실까 봐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에서의 생활로 혼자 갇혀버린 느낌이 들곤 했지요. 분명 그 시기 남편도 미국에 와서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때인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남편 따라왔다' 그거 하나로 감정을 먼저 내세웠던 것도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이럴려고 결혼했나? 그건 아닌데 싶어서... 제가 결혼한 이유는 혼자보다 둘이서 더 잘 살아보려고, 그리고 예쁜 아이들과 더 행복하게 살려고 한 거라고... 남편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썼던 적이 있어요. 연애 5년, 그리고 결혼하고 20년 넘게 살면서 최고로 길고 긴 이메일을 썼던 것 같아요. 결혼의 본질까지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든 순간순간들이 새로운 경험이면서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날씨처럼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오고 그런 많은 날들이 지났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애매모호한 아이들 초등기간이 제 스스로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들어가면서는 본격적인 사춘기 시작이고요. 아이들이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엄마 자리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점차 라이드로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큰아이가 하이스쿨 들어가고는 온 가족이 단합해도 모자를 때라 아이들도 크면서는 말이 통하니 대화로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이제 몇 년 있으면 너희들 대학에 가고 엄마 아빠 품에 있는 이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협박 비스무레~ 가족 완전체로 있는 시간, 엄마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어요. 예쁜 추억 많이 간직하며 살 자하며 지냈어요.
어차피 사는 인생인데, 이왕이면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자! 아내로서, 엄마로서 나도 노력할거다, 우리 같이 노력하자 하며 모두 협력 모드로 조금씩 움직여 갔어요. 힘들 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게 가족이죠. 고비고비 힘든 일이 찾아올 때면 가족이 더 단합해야 한다 하며 으쌰으쌰 하며 맛있는 거 함께 먹으며 더 힘내자 했던 기억이 있어요.
힘들 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감정을 내세워 속내를 보이며 상처주기 쉬운데 그리고는 곧 후회하게 됩니다. 지금 속상한 일이 있다면 그게 평생 가는 게 아니고요. 다 지나가요. 시간이 약이라고 하죠. 힘든 시기일수록 가족이 단합하기 좋은 때에요. 이럴때 우리가 더 뭉쳐야 한다 하고 가족애 뿜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