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에는 좀 찢어지고 낡고 낡은 의자가 하나 있어요. 일명 하버드 의자라 불리는 의자에요. 친한 언니네 아들이 하버드에 입학해서 축하해주고,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나있는 아들이 대학에 가고 집정리한다며그 낡은 의자에 대한 얘기를 하셨어요. "이 의자가 보기에 이렇게 낡았어도 내가 이거 무빙세일에서 사왔을 때 그집 딸이 이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고는 MIT를 갔대. 그 다음 우리 아들이 하버드를 갔고..."그러면서 우스개소리로 "이 의자에 앉으면 분명 ㅇㅇ이도 좋은 결과 있을거야. 그런데 허리는 나갈지도 모르겠다." 했어요. 모두들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웃었어요. 그 언니는 농담으로 얘기하신 거고 진짜 낡아서 버린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저희 엄마 연배라 우리 모두 이모님이라 부르는 분께서 좋은 기운 받아가야 한다고, 무조건 가지고 가야 한다며 제 차에 실어주셨어요. 그 다음 대학 갈 아이가 바로 저희 큰아이였어요. 그게 벌써 6년전 이야기에요.
2. 특별한 의자:MIT→ 하버드→ 스탠포드
그 낡은 의자를 집에 가지고 와서 거실에 놓고는 학교 다녀온 큰아이에게 사연을 얘기했어요. 당연히 너무 낡은 의자라 아이가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큰아이가 자기가 쓰겠다고 해요. 그래서 깨끗이 닦고 쿠션 빵빵한 좋은 방석 챙겨서 아이 방에 놓아주었어요. 팔걸이도 없고 의자 쿠션도 푹 꺼진 듯 보이는 정말 낡은 의자에요. 그래도 저희 큰아이가 4년간 그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스탠포드에 갔어요. 대학 발표가 나자 큰아이가 제일 먼저 한 말이 이제 그 의자를 동생을 주어야 겠다는 거였어요.
3. 특별한 의자:MIT→ 하버드→ 스탠포드→ 하버드
"하버드 의자, 이제 언니가 ㅇㅇ한테 준대." 둘째에게 물어보니 그 사연을 알고 있는지라 조금 부담된다고 하면서도 자기도 그 의자에 앉아 공부하겠다고 해서 이번에는 둘째 방으로 옮겨 주었어요. 큰아이랑 둘째랑 2년 터울이라 4년간 그 의자에 앉아 공부한 언니에 비해 하버드 의자에 앉아 공부한 기간이 짧아 효능이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농담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일년을 꼬박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둘째는 하루 종일 하버드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둘째 말이 시간상으로는 자기가 하버드 의자에 더 오래 앉아서 공부했을 거라고 해요. 그 하버드 의자 덕분일까요? 그렇게 저희 둘째가 하버드에 합격을 했어요.
이민 생활하며 서로 외로운 마음 나누며 때되면 같이 시간을 보냈던 가정들, 모두 나이대도 아이들 나이도 다르지만 좋은 분들이 늘 함께 했어요. 가끔씩 가족들 모임을 하면 그 의자에 대한 얘기도 하며 저희 큰애까지 대학 잘 가면 그 의자를 옥션에 내놓아야 한다고 농담도 하고요, 아직 차례가 안된 가정들은 서로 가져가겠다고 하기도 하고요. 여튼 만나면 하버드 의자에 대한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그만큼 부담스런 의자이기도 해요.
이번에 합격발표 나고는 하버드 의자를 주신 언니에게 소식을 전했어요. 'ㅇㅇ이 후배되었어요. '라고요. 바로 축하 전화를 주셨어요. 함께 모이는 가정의 다음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라 대학가기까지 너무너무 멀었어요. 그 전에 누가 이 의자에 앉아서 공부해도 좋을 것 같은데 하며 얘기를 나누었던지라 오늘은 하버드 의자 이야기를 해 봅니다. 하버드 의자 사진은 나중에 올려볼게요^^
미국입시가 길고 긴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아이 키우는 일은 산넘어 산이고, 이제 막 큰 산 하나 넘었어요. 우리 인생에 있어 대학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이 알기에, 또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만큼 걱정과 고민의 무게도 같이 더 커진다고 하니 엄마의 자리는 never-ending job이구나 싶어요. 저희 아이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생각하니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 어머님들 긴긴 시간 인내하며 정말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 원하는 공부하고, 일하며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