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미국에서 자라는 동양 아이들은 마음을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카운슬러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신 선생님이 계세요. 만약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일기장에라도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요. 대만인 2세로 자신이 미국학교에 다니며 힘들었던 경험들을 담담하게 말씀해 주셔서 마음에 와닿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이민 와서 남의 나라에서 자리 잡고 사는 게 힘든 만큼 동양 아이들이 미국 학교에 적응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말씀이세요. '아이들은 괜찮아', '애들은 금방 적응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 한 번쯤은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신경 써서 살펴봐주라고요.

 

 생각지도 않게 어느날 갑자기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한국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게 늘 고민이었어요. 어디에 살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고민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 나고 자라 영어도 낯설고 미국 문화를 모르는 저와 남편은 아무리 미국 문화를 공부한다고 해도 한국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니까요. 그런 과정에서 집에서는 한국 문화, 밖에 나가면 미국 문화라는 둘 사이 혼란과 혼동의 시간도 분명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미국이 이민자 나라라고 하지만 피부색이 다른 동양 아이가 대다수의 백인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한국에서 살았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이민자로서 미국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아이도, 어른도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곤 합니다. 

 

어린 아이 키우는 분들
또 저처럼 사춘기 아이 키우는 분들
성인의 자녀를 두신 분들도 그 나름대로
각각의 무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이스쿨  딸아이 키우는 엄마인 저를 보면 선배 어머님들은 아직 멀었다 하실 거예요. 딱 아이 나이만큼 저도 함께 자라는 느낌입니다. 둘째아이는 밝고 명랑하고 한없이 성격 좋은 아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치열한 동부 공립학교의 생활과 사춘기가 맞물려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큰아이를 봐도 그렇고 주변 친구나 지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이스쿨 주니어나 시니어가 되면 너무 바빠져서 생각할 틈이 없는데 오히려 9, 10학년 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하이스쿨 들어가고는 주변에 모두 다 잘하는 아이들, 열심히 하는 아이들 그 안에서 자신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버거워하는 게 느껴졌어요. 아이가 웃으면 저도 웃고, 아이가 울면 엄마인 저도 눈물이 납니다

 아이가 힘든 얘기들을 할 때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바른 길을 알려주느라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내가 하고 싶은 말, 속상한 말을 먼저 들어주세요. 엄마 말씀이 다 좋은 말인 거 아는데 그 얘기가 나한테 안 들어와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기다리지 못했구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서 좋은 말, 바르게 이끄는 말이라고, 아이 얘기를 다 들어주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구나. 사실 그런 일이 있고도 저는 쉽게 바뀌지 않았어요. 신경을 썼지만 예전과 다른 아이의 약한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빨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그럴 땐 이렇게 해보자, 이렇게 하면 좋대.' 하는 제 모습을 보곤 했어요. 그래서 되도록 아이에게 전해주고픈 말을 줄이려 노력했어요. 

 그 당시 학교 끝나고 픽업하는 길에 간식과 함께 매일 노트 하나씩 전해주며 제 마음을 보여주었어요. 별거 아니었어요. 그냥 여기저기서 보는 좋은 말들, 글귀들 있으면 적어놓고 작은 그림과 함께 적어서 아이에게 전해주는 거예요. 정말 별거 아닌데 아이가 그거 받고는 빙그레 웃어요. 그 모습 보는 게 좋아서, 그 모습이 저에게 힘이 되어서 저 좋자고 했어요

 

 울림이 되는 말들, 힘이 되는 좋은 말들 그런 거요. 그림도 여기저기서, 또 구글 이미지에서 골라 모두 카피 수준이지만 그냥 제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일 엄마의 쪽지를 열어보며 힘내길 바라는 마음에 좋은 글귀와 예쁜 그림들을 찾아 따라서 써보고 그려보며 저 스스로도 마음을 다독여가던 때였어요. 다행히도 아이는 행사로 학교와 집을 잠시 떠나 일상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한숨 돌리고 와서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어요. 그 아이가 어느새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니어로 지금은 대학원서 쓰느라 정신없이 바쁜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하나하나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있어서 대학 가기 전에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함께 열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예전 제 셀폰에 담아두었던 것들 몇 장 올려봅니다. 

사춘기 둘째에게 보냈던 쪽지 1

 

사춘기 둘째에게 보냈던 쪽지 2

 

사춘기 둘째에게 보냈던 쪽지 3

 

 저 스스로 다 큰 어른이라 생각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정말 딱 아이 나이만큼 저도 같이 자라는 것 같아요. 미국에 오니 동갑내기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과 인연을 함께 하게 됩니다. 꼬꼬마 꼬맹이 키우는 분들 얘기 들으며 그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하고, 제 경험들을 전해 드리기도 하고, 선배 어머님들의 주옥같은 조언들에 귀 기울여 들으면 큰 힘이 되곤 해요. 지나고 보니 꼬맹이들과 함께했던 그 전쟁 같은 시간이 그립기도 해요. 아이들은 너무 빨리 크고, 세월은 정말 빨리 가요. 지나고 보니 더 잘해줄 걸 하는 미안한 마음, 좀 더 사랑해주는 엄마, 현명한 엄마가 되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가 남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 봅니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게 추억이에요. 

 

꼬꼬마 꼬맹이 키우는 엄마들, 다 큰 아이 엄마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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