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입시는 기다림의 연속이에요. 11학년 주니어 생활을 마치고나면 바로 수험생활 시작으로 학교생활하며 원서쓰고, 발표 기다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는 게 미국입시인 것 같아요. 그 긴긴 시간동안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도 매일 새벽 일어나 기도해 주시고, 주변에서도 아이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3월 31일 평소와 똑같이 6시쯤 저녁 먹고, 7시 발표를 기다리며 남편이 아이 긴장을 풀어주려고 '같이 붕어 한마리 잡자'하고 붕어싸만코 나눠먹으며 그동안 학교생활했던 것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아이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고, 남편은 설거지하고, 저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괜히 청소기 돌리고 시간을 살펴가며 여기저기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큰아이때도 남편은 저녁먹고 설거지하고, 그 옆에서 저랑 둘째는 춤추며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같이 춤춰줄 동생이 없어 괜시리 청소를 했어요.
7시가 조금 넘자 아이가 방에서 소리지르며 막 뛰쳐나와요. "엄마, 하버드 됐어." 남편이랑 아이랑 막 부둥켜 앉고 웃으며 방방 뛰고, 바로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께 소식 전하고요. 저는 처음에는 덤덤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하버드 커밋하고 나니 더 믿어지지 않고, 실감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합격여부가 궁금해도 수험생있는 집에 결과가 어떤지 먼저 물어보지 않는 게 예의라 하지요. 좋은 소식 있으면 알아서 연락을 할테고, 아니라면 조용히 기다려주라고요. 주변에 저희 둘째 결과 기다리는 분들이 계셔서 합격발표 다음날인 어제 소식을 전했어요. 소식전해 듣고는 여기저기 축하전화와 카톡으로 정신이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어요. 어제는 케익과 와인 사들고 와서 축하해준 친구도 있고요. 저녁먹고는 케익이랑 와인 한 잔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벌써 6년 전 플로리다로 이사 간 너무 아끼는 동생이 꽃과 샴페인을 보내왔어요. 그리고 세 식구가 꽃들고 대학합격 축하노래 부르는 동영상까지 보내주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정말 저희 가족만 보기 아까운 영상인데 꾹꾹 참아보며 고마움을 전해 봅니다.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분들이 주변에 계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하루였어요.
올해는 웨잇이 엄청 많은 한 해라고 해요. 코로나 이후 입시를 가늠하지 못하니 다들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이 지원자체를 많이 하고요. 30개이상 원서를 쓴 아이들도 꽤 있었다니 그 많은 원서를 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1년여를 온라인 수업을 하며 성적을 비교적 잘 주어서 성적 인플레이션 또한 심했고요, SAT, ACT 같은 표준 테스트 점수도 옵셔널로 바뀌면서 기준자체가 더 모호해지다보니 상향지원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여러군데 합격해도 어차피 갈 학교는 하나이기 때문에 올해 웨잇이 많이 풀릴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미국입시가 갈수록 치열하고 힘들어진다고 느껴요. 북동부 치열한 공립에 다니는 아이학교는 어쩐일인지 예전에 비해 올해 입시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아요. 그래서 친구들 생각에 맘껏 좋아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마음아파하고 미안해하는 둘째에요. 잘된 친구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주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받은 친구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마음아파하고요. 아이친구들 중에 자신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아도 마음을 담아 축하해주는 친구들도 있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해요. 아이는 어제 저녁먹고 친구들끼리 서로 축하파티한다고 해서 잠시 친구네 집으로 갔고, 저는 와인마시고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깐 기절을 했다가 뒤늦게 일어나 영어숙제를 했어요.
이제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추천서 써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선물과 카드를 쓰고, 친구들 합격 선물 챙기겠다고해요. 저도 옆에서 덩달아 며칠 바쁜 나날을 보낼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뭐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