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깻잎의 생명력은 향기만큼이나 강력합니다. 일단 깻잎을 한번 심으면 깻잎씨를 받아두었다가 내년에 뿌리고... 하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늦은 가을, 땅에 떨어진 깻잎씨앗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여린 모습이지만 알아서 스스로 땅을 뚫고 올라옵니다. 4-5cm정도 자랐을 때 튼튼해 보이는 것들 위주로 적당한 간격으로 다시 재배치해 심어주고, 물만 주면 저절로 자라는 대표적인 텃밭 야채입니다. 깻잎을 심어 보면, 텃밭 농사 이보다 쉬울 순 없다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좀 신경써준다 하면 쌀뜨물 받아서 주는 정도, 이만큼만 해도 알아서 척척척~ 잘 자는 깻잎. 그래서 초보 농부들에게 추천하는 첫 번째 텃밭 야채로도 손 꼽히나 봅니다. 

 

 예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아파트에 살아서 그때는 깻잎을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서 키웠어요. 사실 언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지 몰라 되도록 살림을 늘리지 않고 살았던 때 였어요. 화분도 안 사고, 그러다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지인분들이 하나씩 나눠주는 화분들도 얻어쓰고, 가끔 거라지 세일에서 득템도 하고... 그 시절 물건에 대한 마음이 없었던 때라고 할까요? 남편의 결정으로 급히 미국에 온 생활이라 한국에서 보낸 살림살이를 한달이 넘어서야 받게 되어서 텅텅 빈 집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 당시 '이렇게 살림살이 없이도 살아지는구나', '무소유'에 대한 생각도 잠시 했었더랬어요.

 

 암튼 마트에서 널직한 스트로폼 박스 구해와서 거기에 흙사서 담고, 깻잎 모종 몇 개 얻어다가 심었는데 어찌나 잘 자라는지요. 그 재미에 상추도 심어봤어요. 상추 모종은 구하기 어려워서 씨앗을 사서 아이들과 "씨 씨 씨를 뿌리고~ " 율동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어찌나 신나게 씨를 뿌렸는지 몰라요. 그 다음 물 흠뻑 주고는 하루하루 나가서 살펴보는 재미로, 어린 두 딸과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기대에 차서 매일 지켜 보았고, 드디어 얼마 지나자 상추가 올라오기 시작해요. 그런데 촘촘히 빼곡빼곡 무더기로 올라와 그거 솎아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알고보니 씨는 아이들 동요 가사처럼 신나게 춤 추며 뿌리는 게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상추가 자라는 크기까지 고려해 몇 센티 간격으로 심어야 했다는 것이었어요. 분명 씨앗봉투 뒷면에 설명이 써 있을텐데요. 귀차니즘으로 그 과정을 생략하고 또 제 멋대로 씨는 땅에 뿌리면 되지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동요의 디렉션을 따라 상추씨를 뿌립니다. 그리고는 그저 동요 가사 따라했을 뿐인데, 세상 속은 느낌이 들었다는요. 그 날 상추 솎아내서 동네 아이친구들, 엄마들 불러서 비빔밥 잔치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깻잎 농사 시작하던 시절, 깻잎 절친인 상추에 대한 추억 잠시 떠올렸 봤어요. 혹시 상추씨부터 심으시려거든 절대 노래부르고, 춤추며 씨 뿌리지 마시라는 경고도 드립니다. 동요는 동요일 뿐이라고요. 

 

 암튼 상추든 깻잎이든 물만 주면 아주 잘 자라서 매일 아이들이랑 베란다에 나가 물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꼭 텃밭이 아니더라도 화분에, 하다못해 스트로폼 박스든 어디에든 깻잎이나 상추를 키워도 좋습니다. 그런데 상추는 주변 동물들의 침입이 있어 텃밭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깻잎은 특유의 강한 향이 스스로를 보호하는지 아무도 건들자가 없습니다. 

 

 깻잎은 혼자서도 정말정말 잘 자라요. 자립성과 책임감이 강한 텃밭 야채라고 부를까봐요. 올해도 어김없이 제 키를 훌쩍 넘을만큼 자랐어요. 지난 며칠 비가 와서 텃밭에 나가지 않았더니 깻잎이 얼굴만한 크기로 자라기도 했어요. 깻잎은 햇볕이 너무 강한 곳에 키우면 잎이 질겨져요. 아는 언니가 잎이 뻐셔(?)진다는 표현을 쓰셨어요. 적당히 햇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곳이면 좋습니다. 보스턴 여름 햇살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인지 보스턴에서도 텃밭에서도 안성맞춤인 텃밭 야채입니다. 

깻잎 

 세 번째 사진처럼 깻잎도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제가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이라 색이 잘 표현되지 않았는데 깻잎 뒷면 색이 달아요. 상추도 적치마, 청치마 상추가 있는 것처럼 깻잎도 자색깻잎, 초록깻잎 두 가지 버전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자색깻잎이 더 맛있게 느껴져요. 앞뒷면 깻잎 색이 다르니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기분 탓도 있고, 향도 더 강한 듯 해요. 

 

 봄이 되면 넘쳐나는 깻잎 모종으로 이무렵 주변에 깻잎 모종 나눔한다고 연락을 드려요. 요즘은 오픈 단톡방이 있어 참 편리하게 한번에 전달이 됩니다. 스프링 믹스 박스 모아서 흙 약간 담고 깻잎 모종 넣어 물 넉넉히 준 다음, 주변에 깻잎 모종 나눔을 해요. 몇년 전 집에 있는 깻잎 모종을 아이 학교 친구 엄마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어요. 자색과 초록 깻잎 모종이 섞여있었죠. 한 젊은 엄마가 초록 깻잎이 언제 자색으로 변하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데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두 종류가 다른 것이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어요. 

 

 깻잎 친구 상추 얘기까지 나누니 오늘은 삼겹살이 땡깁니다. 삼겹살에 상추에 깻잎, 마늘과 고추 올리고 쌈장 살짝 넣으면~ 아주 꿀맛이죠. 여기에 텃밭에서 키운 오이와 아식이 고추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입니다.  그 맛을 아니까 더 먹고 싶은... 다이어트 하려면 옥주현처럼 '먹어봤자, 다 아는 맛!' 이래야 하는데... 그 맛을 아니까 더 먹고 싶은- 이래서 제 인생에 다이어트는 없는 건가봅니다. 

 

 너무너무 잘 자라는 깻잎을 주변에 나눠주고도 넘쳐나는 깻잎을 이용한 음식 몇 가지 소개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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