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제가 살고 있는 보스턴 지역은 매해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점으로 야외 수영장 개장을 하고, 바비큐 시즌이 시작됩니다. 본격적인 여름맞이라 볼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모든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추모하는 날인 메모리얼 데이를 야외 수영장 가는 날 내지는 야외 활동하며 바비큐 하는 날로 생각하기도 해요. 메모리얼 데이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니 주말부터 시작해서 월요일까지 롱위켄드 연휴라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작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어서 안타깝게 지났갔어요. 줌(zoom) 미팅이 한창 유행하면서 우스개 소리로 줌으로 바베큐하자 했던 기억도 납니다. 벌써 그렇게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그런데 올해도 아쉽게 지난 주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비가 연속 삼일 내내 내리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추워져 난방을 해야 할 정도였어요. 다행히 오늘은 비가 개어 잠시 농사일을 좀 할 수 있었어요. 비를 흠뻑 맞아서인지 며칠 사이 쑥쑥 자란 듯 보여요. 미국에 와서 사니 별걸 다 한다 싶을 정도로 하고 살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농사짓기예요. 가끔씩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미국생활 15년 차가 되니 이제 농사도 제법 잘 지어요. 그냥 땅에 심어만 둔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하고는 농사짓는 것이 자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구나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정성 들여 들여다 보고, 가꾸고 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구나라고요. 초보 농부시절에는 심어만 두고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부족함이 여실히 나타났어요. 또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이라는 말도 있죠. 날씨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실감했어요. 예전에 농사를 잘 지어보겠다고, 부지런떨다가 너무 일찍 모종을 심었다가 4월에 눈이 많이 오고 추워져 모종이 얼어 죽었던 기억도 있어요. 4월에도, 심지어 5월에도 추위를 방심하면 안 되는 보스턴이에요. 그래서 본격적인 농사는 6월이 시작인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정말 쑥쑥 잘 자라요.


 언젠가부터는 농작물을 자식키우는 마음으로 매일 자주 들여다보고 물도 듬뿍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심지어 얘기도 나누고 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매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신기해서인지 학교 다녀오면 텃밭으로 달려가서 들여다보곤 했어요. 직접 물도 주고, 나가서 수확도 해오고요.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하네요. 이제는 매해 하는 일이라 그런지 좀 더 시큰둥해졌어요, 바빠지기도 했고요. 어린아이 있는 집에는 화분에 토마토 같은 걸로 시작해 보세요. 아이들이 식물이 자라 열매를 맺는 모습을 현장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요. 

호박과 오이/ 조그맣게 열린 호박/ 방울방울 방울 토마토
고추와 토마토/ 깻잎/ 화분에 심은 파

 제가 주로 키우는 텃밭 야채로 깻잎,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 부추, 파에요. 이정도 텃밭에서 키우면 몇 달간 싱싱한 야채를 직접 먹을 수 있어요. 또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오이와 호박이 모종일 때는 구분이 쉽지 않아 모종에 써있는 이름표를 자세히 봐야 했어요. 이제는 한눈에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농사 경력자가 되었답니다. 오늘 보니 아주 작지만 호박이 열렸어요. 또 방울방울 토마토도 열렸고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고추는 한국마트에서 사 온 아삭이 고추와 매운 고추 모종을 심었어요. 고추는 다년생 작물이라고 해요. 몇 년 전 보스턴의 겨울이 너무 빨리 찾아왔었어요. 그래서 고추를 큰 화분에 옮겨 심어 집안으로 들여놓아 겨울을 지내고 봄에 텃밭으로 옮겨 심었는데 확실히 모종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잘 자라서 그 해에 고추 수확이 좋았어요. 보스턴은 추위로 텃밭 농사 기간이 짧아서 아쉬운 감이 있어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왜이리 깻잎이 비싼지 모르겠어요. 미국에 처음 오던 해, 부추랑 깻잎넣은 전이 먹고 싶어서 한국마트에서 집었더니 깻잎 12장 묶여 있는 것을 샀는데 집에 와서보니 영수증에 $2.99 찍힌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물만 주면 깻잎은 너무너무 잘 자라는데 심지어 깻잎이 한창인 여름에도 깻잎은 비싼 편이에요. 삼겹살에 상추, 깻잎 쌈은 진리죠. 그래서 깻잎은 반드시 심어야 할 텃밭 야채에요. 사실 심을 것도 없어요. 따로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지 않아도 첫 해 깻잎을 키우고 나면 씨가 떨어져 그냥 자라요. 이때 적당히 솎아주기만 하면 된답니다. 텃밭 농사 아주 쉽게 하고 있습니다. 아마 날이 따뜻한 곳에서는 벌써 수확해서 텃밭 야채를 드시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근데 보스턴 추운 날씨에서는 최선이에요. 그런데 6월 중순이 지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아주 잘 자란답니다. 

 

 파는 마트에서 사와 예전 거라지 세일에서 구입한 커다란 화분에 심어놓으니 대파처럼 아주 쑥쑥 잘 자라요. 겨울을 이기고  다음 해에도 파가 알아서 자라나서 좋아요. 백종원 님 레시피를 보니 대체로 파를 기본으로 하셔서서 그 이후 저도 양파보다 음식에 파를 많이 써요. 이상하게 미국은 파가 겨울철에 많이 비싸더라고요. 나름 겨울철 파를 먹는 저렴하게 먹는 방법은 비싸지기 전에 파를 다량으로 구입해요. 그래서 파뿌리는 잘라서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국물 낼 때 같이 쓰고요. 또 나머지 부분은 용도에 맞게 잘라서 냉동시켜 두고 겨울 내내 먹어요. 부추는 얼마 전에 새우 넣고 부추전 하고, 오이랑 부추 넣고 무쳐먹어서 사진에 없어요. 부추는 다년생으로 따로 손도 가지 않고 아주 효자 야채예요.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란 부추는 보약이라는 말이 있지요. 또 상추처럼 토끼나 야생동물들의 습격도 없어서 안심하고 텃밭에서 키우고 있어요. 파, 부추, 깻잎은 키우기도 쉽고 먹기도 좋고, 야생 동물로부터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텃밭 야채로 강추합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관심과 사랑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필요하더라고요. 이 세상 모든 일이 다 공부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우선 땅이 좋아야 작물이 잘 자라요. 그래서 모종을 심기 전에 밭에 새로 흙을 사서 뿌린 후 땅을 고르게 해주어요. 그리고, 거름을 주어야 잘 자라는데요. 가족이 먹을 거라 유기농 텃밭 야채로 키우고 있어요. 화학비료는 당연히 쓰지 않고요. 


 제가 텃밭에 주는 거름은 계란 껍질을 씻어 모아요. 그런 다음 오븐에 빵을 굽고 남은 잔열에 계란 껍데기를 넣고 구운 다음 곱게 빻아서 땅에 묻어줘요. , 멸치 다시 낸 다음에 그 찌꺼기를 잘 말려두었다가 역시 곱게 빻아 주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홍삼물(제가 홍삼과 대추를 달여먹어요) 끓이고 난 다음 그 찌꺼기를 역시 말린 다음 마찬가지 방법으로 땅에 주고 있어요. 아는 분께 들은 얘기로는 한약방 등에서 얻어다가 쓰면 참 좋다고 해요. 또 텃밭 규모를 크게 하는 분들은 집에 아예 컴포스터(퇴비를 담아두는 통)를 만들어 각종 야채나 과일 껍질 등을 모아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는 걸 보았어요. 환경 보호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저도 나중에 해보리라 마음먹고 있답니다. 다음에는 텃밭 야채를 잘 키워서 열매가 주렁주렁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P.S) 텃밭에 야채를 심고 검은 비닐을 홈디포에서 사다 깔아주면 좋아요. 그러면 따로 잡초 관리를 하지 않아도 좋고요. 또 땅에 준 물이 햇볕에 금방 마르지 않고 오래 머금고 있어 좋다고 해요. 귀퉁이를 핀 같은 걸로 고정해서 두면 펄럭이지 않아 좋아요. 이건 한번 사서 깔아주면 몇 년은 그대로 두었다가 쓸 수 있어요. 3년 넘게 썼더니 여기저기 찢어져서 올해는 곧 사다가 깔아주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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