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병원에 한번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예약부터 시작해서 절차가 많아요. 응급실에 가도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응급의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요. 암튼 미국은 병원문턱이 높습니다. 예약하기도 쉽지 않고 오래 기다려야 하고, 또 의료비용도 비쌉니다. 한국에 살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부러워하고 있는 좋은 모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큰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건강의료보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해 건강검진받으러 가는 것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심지어는 큰 병이나 사고가 나면 한국에 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합니다. 

 

 몇년 전 남편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그날 저는 둘째 아이와 함께 커네티컷주(매사추세츠주 바로 옆에 있는 주)로 양궁 레슨을 받으러 갔습니다. 양궁코치가 사는 집으로 보스턴에서 왕복하면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매주 다녔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 동안 해야 할 모든 일들을 하고, 저녁까지 챙겨놓고는 두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해서 큰아이는 집에 내려놓고 둘째를 데리고 커네티컷으로 가서 레슨을 받고 오곤 했어요. 그날도 여느 날처럼 양궁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운전하고 오는 길에 둘째가 '아빠 손목이 부러져서 병원에 간다도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제가 운전할 시간이라 둘째 아이에게 문자를 보낸 거예요. 달리는 고속도로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 차리고 운전해서 집에 둘째를 내려놓고는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큰아이 학교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는 날이라 학교로 데려다 줘야 해서 남편은 회사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오는 길이었어요. 지붕에 소복이 하얗게 쌓인 눈이 낮시간 햇볕에 녹아 떨어진 물이 저녁이 되면서 얼어 미끄러웠나 봐요. 커뮤터레일을 타고 출퇴근하는 남편이 급히 오면서 집 앞에서 넘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땅을 짚으면서 손목이 부러졌어요. 남편은 큰아이 학교 콘서트에 늦을까 봐 부러진 손목을 하고서는 큰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운전해서 응급실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평소 병원을 다니지 않았던 남편은 우리 건강보험으로 어느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야 하는지부터 찾아보고 확인하고 갔다고 해요. 불행 중 다행인게 남편은 오른손잡이인데 왼쪽 손목이 부러져서 오른손으로 운전을 할 수 있었고, 병원정보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해요. 

 

  겨울이 긴 보스턴에서 손목이 부러지는 일은 흔한 일인가 봐요. 간호사가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며 자기도 작년 겨울에 손목이 부러졌다고 하며 수술 자국을 보여줘요. 겨울 동안 손목 부러져서 오는 환자가 많다고 얘기하면서요. 그런데 네 남편처럼 이렇게 차분히 대처하는 환자는 본 적이 없다며 네 남편이 정말 "brave"하다고 칭찬을 합니다. 뼈가 어떻게 부러졌는지 엑스레이를 찍고 진통제를 받아 들고 집에 오는데도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몰라요. 

 

 

 미국에 와서 남편은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어요. 여기저기 서류를 제출해야 하니 담당의(primary doctor) 이름을 적어두긴 했지만(제 담당의랑 같아요) 한번도 의사를 만난 적이 없어요. 한국 방문할 때면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곤 했고, 또 평소 건강을 자부하기도 했고요, 미국 병원이 막상 가려면 절차가 번거롭고 그러다 보니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별일이 있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한 번도 정기첵업조차 받지 않았어요. 남편은 손목뼈가 삐뚤빼뚤 어긋나게 부러져서 깁스만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 수술을 해야 했어요. 수술을 받으려면 스페셜 리스트(수술 전문의)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담당의의 리퍼가 필요해요. 그런데 평소 병원 다닌 기록이 없어서 담당의가 리퍼를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환자를 리퍼해 줄 수 없다고요. 사정을 얘기했지만 병원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했어요.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진통제로 버티며 지내야하니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보스턴 지역 의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리퍼를 해줄 수 있는지 이메일을 보냈어요. 수십 통의 이메일에 딱 한 분의 의사 선생님께서 당장 다음날 진료받으러 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하게도 그 의사 선생님께서 리퍼를 해주신 덕분에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어요. 수술을 받기까지 그 절차와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손목 부러지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 수술을 했어요. 

 

 12월 중순 이미 보스턴은 겨울이 한창입니다. 둘째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이가 지금도 아빠 손목 부러진 걸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고 얘기해요. 그러자 남편은 손목 부러진 날, 응급실에 가려고 병원 주차장에 들어가니 맨 끝에 딱 한 자리가 있었는데 그대로 전진 주차하면 와이프가 차 뺄 때 고생하겠다 싶어 주차장에서 나와 후진으로 다시 들어가서 주차하고 응급실에 들어갔다고 해요. 보스턴은 오래된 도시라 도로도 좁고 주차공간도 좁아요. 어쩐지 그날 주차장 맨 구석에 있는 남편 차가 나오기 편하게 주차되어 있어 놀라기는 했지만 물어볼 여력이 없었는데 남편이 오늘 하네요.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미국에 사는 한인분들 중 저희 남편처럼 병원 가기를 귀찮아하고 꺼리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심지어 담당의(primary doctor)조차 지정해 놓지 않으셨을 수도 있고요. 평온한 일상을 살고 싶은 우리들이지만, 우리 인생은 아무도 모르고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리 건강을 자부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최소 한 번은 담당의를 만나 건강검진 정도는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사고가 났을 때 리퍼를 받아 스페셜 리스트(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추워지는 겨울철 더욱 건강 조심하시고, 겨울철 빙판길 조심 하시길 바라며 마무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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