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영어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기도 하고, 또 영어 북클럽과 다른 영어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도 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저의 하루는 거의 영어에 파묻혀 살고 있다 할 정도로 지내고 있어요. 제 영어 공부와 스터디 관리, 블로그에 영어 공부한 것 등을 정리해 올리는 게 어찌 보면 제 하루 일과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저처럼 어느 정도 아이들이 커서 육아에서 자유로운 엄마들도 있고, 이미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내 육아 졸업을 하신 엄마들도 계세요. 반면, 아기가 아직 한 돌, 두 돌 된 새내기 엄마들, 어린아이들 키우는 엄마들, 아직 아이가 없어도 일하느라 바쁘신 분들까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매일 열심히 살고 계시죠.
여기저기서 만난 인연으로 작년 스피킹 스터디 그룹을 만들 때, '제가 이러한 이러한 이유로 영어 스피킹 그룹을 만들려고 합니다'라 하며 주로 젊은 엄마들, 또는 아직 아기가 없는 분들께 먼저 연락드렸어요. 이유는 저처럼 아이가 많이 자라 비교적 육아에서 자유로운 엄마들은 마음 먹으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어요. 물론 갱년기라는 무시무시한 증상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어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내 몸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조금은 컨트롤이 가능한데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하루 일과는 정말 '하루만, 아니 단 몇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지나고 보면 시간이 너무 금방인데, 하루가 어찌 가는지, 어린 아가들과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특히나 아이들이 갑자기 아플 때는 완전 혼이 나가버려요. 이럴 때는 영어 공부를 정말 하다말다 하게 될 수밖에요. 아주 강한 의지 없이는 영어 공부하기가 정말 정말 힘든 시기예요. 제가 그 시기를 겪어봤기에 어떤지 알아요. 그래서 이럴 때 옆에서 마음 다잡아주며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누군가 힘이 되어주면 좋아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누군가 옆에서 영어 공부를 계속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거든요.
정말 열심히 영어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어도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영어? 영어 공부! 지금 뭣이 중헌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아이들이 프리스쿨이든 킨더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조금씩 자유도 생기지만 대신 감기를 옮아오거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함께 있어요. 큰아이는 감기는 물론, 한때 유행했던 돼지 독감(swine flu)도 걸렸었고, 6살 때는 급성 맹장염(appendicitis)으로 수술(appendectomy)도 하게 되었어요.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급성 맹장염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었어요. 일요일 아침 10시에 응급실로 달려가 급성 맹장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저녁 7시가 넘어서였어요. 수술은 밤 9시가 넘어 받게 되었고, 11시가 넘어 집으로 올 수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시간 시간 정말 피 말리는 순간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병원에서 나와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했었지만 수술받고 나온 아이 앞에서 애써 의연한 척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들은 우리에게 축복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큰 선물을 받은 만큼 그에 따른 희생과 책임도 역시 막중한 듯해요.
아이들이 아프면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바라보는 엄마는 정말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영어 공부하는 게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특히나 어린 아가들 키우면서 영어 공부하는 엄마들 정말 대단하신 거에요. 열심히 하는 그 모습 보면 너무 기특하고 예쁘고 그래요. 하루에도 수백 번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들 덕분에 영어 공부하는 게 하나의 도전이기도 해요. 영어 공부하겠다고 스터디 그룹에도 들어갔는데 숙제를 못해요. 마음은 급해져요. 왜냐면 숙제를 못하면 강퇴라는 이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짬을 내서 열심히 숙제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불러대면 숙제를 하지 못하게 되니 짜증이 잠시 나기도 해요.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당연한 마음이에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요. 그리고 잠시나마 아이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 미안해지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영어 공부한다고... 아이들 챙기는 게 먼저인데 싶어 잠시 영어 공부를 손 놓게 되고요. 또다시 정신 차리고 영어 공부한다고 했다가 다시... 사실 이 과정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무한 반복이에요. 아이들을 위해서 영어 공부하는 게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이 고비를 넘기고, 버티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요, 몸도 마음도 힘든 이때, 이 고비를 어떻게든 넘어가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래서 이또한 다 지나간다고(This too shall pass.) 잠시 천천히 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곤 해요. 그리고 지금 영어 손 놔버리면 지금껏 영어 공부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별 것 아닌 게 되어버린다고요. 나중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요. 피아노 연습하고 똑같다고요. 계속 연습하지 않으면 제자리가 아닌 퇴보! 다시 이만큼 끌어올리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협박도 마구마구 해줘요. 비록 랜선 언니지만 옆에서 영어 공부 손 놓지 않게 지켜봐 주고, 응원도 해주고 싶고 그래요. 지금 힘들게 영어 공부할테지만 나중에 분명 그때 영어 공부하길 잘했다 하는 날이 꼭 올 거예요.
우리가 아이들을 독립적인 어른으로 키우려 노력하는 것처럼, 저처럼 내 나라가 아닌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에서 독립적인 어른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해요. 또 저처럼 아이들이 많이 자랐거나 육아 졸업한 엄마들은 나중에 영어 때문에 아이들을 고생시키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기 부여가 되어 영어 공부를 할 거고요.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 영어를 못해 매번 그걸 처리하느라 힘들다는 얘기는 미국내 커뮤니티에 단골로 올라오는 소재라고 예전에도 말씀드렸어요. 저는 그런 얘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영어 못해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그런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아요. 남편이 영어를 잘하니 괜찮겠지만 저 스스로도 영어에서 독립적이고 싶어요. 육아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저지만, 영어에서의 독립은 아직 멀고 멀었다고 생각하고, 매일매일 꾸준히 영어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영어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 공부가 스트레스가 아닌 제 일상으로, 즐기면서 영어 공부한다는 게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사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는 순간부터 하루를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쓸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또 하루를 살아내야만 합니다. 저는 큰아이가 열아홉, 작은 아이는 열일곱이에요. 지나고 보니 그 작고 예쁜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서 아쉬운 마음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어려서는 밤에 잠재우고 나면 하루가 끝났구나 하며 마감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 너무 아쉽고 금방인데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죠. 아이들과 예쁜 추억들, 그 속에서도 영어 공부했던 추억들도 함께 담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영어 공부하는 엄마들, 또 같이 힘내 보아요!
지난번 북클럽에서 읽었던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의 The Happiness Project에서 저에게 다가온 문장이라 영어 노트에 정리해 두었던 구절이에요.
The days are long, but the years are short.
It sounds like something from fortune cookies, but it's true.
Such insight would come later.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대통령이 쓴 The Promised Land에서 정리했던 구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