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만큼 동물들도 잠잘 때가 참 예뻐요. 어린 시절 낚시·캠핑 좋아하는 아빠 따라다녔던 추억들 중 하나가 밤에 잠자는 물고기를 봤던 거예요. 맑은 물속에서 물결 따라 가끔씩 살랑거리는 지느러미를 하고 가만히 자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 작은 물고기가 깰까 봐 움직이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도 그 장면이 생생히 기억나서 어린 시절 추억이란 게 살면서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싶어요. 미국 와서 두 살 터울 아이들 키우며느라 정신없이 살았는데 아이들을 다시 키울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일평생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들 함께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요.
아침이면 야행성 친칠라 보이들 꿀잠 자라고 케이지에 커튼을 내려주는 게 저의 히루 일상 중 하나에요. 날이 서늘해지고 있음을 이 녀석이 붙어있는 모습으로 알 수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차가워진 바람을 집 안에서도 체감하는지 둘이서 꼭 붙어서 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몰라요. 행여나 잠 깨울까 조심조심 핸드폰에 그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하루 삼시세끼, 밥 먹을 때 만나는 재택 중인 남편한테도 보여주고요, 대학에 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보내줘요.
저희집 친칠라 보이들뿐 아니라 귀여운 동물 사진 보면 무장해제,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잠자는 친칠라 사진 구경해보시겠어요.
똥칠이 가 혼자 곤히 잠자고 있는데 1층에서 모모가 올라왔어요. 삼보일똥, 친칠라답게 늘 똥이 함께 합니다. 둘째 말이 똥이 친칠라 애정템인 줄 알았다고 해서 웃었어요.
친칠라 하면 똥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죠. 그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어디서 퍼왔는지 남편이 가족 단톡방에 귀여운 사진과 함께 바로 투척해 줍니다. 이젠 친칠라 똥을 보는 게 일상이라 암시롱도 안 해요. 만화 옆의 사진은 친칠라 아녀요. 수달 또는 해달인가 봐요.
저희 집 친칠라들이 나이 들수록 피부가 까매져요. 실은 털 색이 짙어지고 있어요. 요즘 들어 털갈이를 해서인지 이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가 금세 회색 털이 묻어나요. 조심조심 친칠라들 깨지 않게 케이지 틈으로 숨 죽여가며 사진 찍어요.
손보다 눈이 더 큰 친칠라, 그 조그만 손으로 야무지게 입 닦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요. 그야말로 귀여움으로 먹고사는 아이들입니다.
나이 들수록 자랑하지 말라는데, 주말 아침, 잠자는 친칠라 보이들 자랑하고 저는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