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한국에서 살 때는 미국에서의 삶이 어떨지 생각지 못했어요. 미국에 와서 살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막연히 기회의 땅이고 선진국이라는 생각 정도였어요. 네, 미국은 기회의 땅! 맞습니다. 뭐든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합니다. 한국에서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미국 생활 16년 차, 집에서 이제 못하는 게 없어요. 저는 남편 머리를 6분이면 잘라요. 한 번도 남편 머리를 시간 재고 잘라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올케랑 카톡하다가 '잠깐만~ 땡땡이 아빠 머리 자르고 다시 보자.' 하고 돌아와 보니 7분이 지났어요. 7분 만에 다시 카톡으로 돌아오니 올케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오고 가고 1분 정도 빼면 대략 6분 만에 잘랐다는 얘기죠. 

 

 나름 미국에서 도시스런 보스턴에 살아도 이제는 미용실 예약하고 가는 게 번거로우니 집에서 머리 자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미국서 별걸 다하고 살고 있죠. 남편은 머리숱도 많고, 머리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깔끔하게 하고 다니려면 3 주에 한 번 정도는 잘라줘야 해요. 몇 년 전 남편이 싱가폴 출장을 갔다가 오는 길에 한국에 들렀다 온 적이 있어요. 한국 가면 당연히 미용실에 가야겠죠. 그런데 미용사가 어디서 머리 하신 거냐고 묻더래요. 그러면서 이 부분은 투블럭이고, 여기는.... 말을 아끼시며  새로운 스타일 같다고... 원래도 과묵한 남편은 웃음으로 대신했다고 해요. 

 

 저희는 포닥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지라 무빙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살았어요. 2-3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왔기 때문에, 또 캠퍼스 타운에서는 중고물품 쓰는 게 너무 당연한 모습이었어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6년 전에는 그랬어요. 중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은 캠퍼스 타운이라 대부분 학생으로서 본분이 끝나면 그곳을 떠나는 게 일상인 곳이에요. 지역 한인 게시판 무빙세일란을 보면 집안 살림 전체를 한 번에 팔기도 하고, 하나하나 물품별로 올려서 팔기도 하고 그래요. 친한 지인들에게 필요한 거 가져가라고 나눠주기도 하고, 때론 먼저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요. 미국 유학생 와이프들의 삶의 모습입니다. 

 

무빙세일에서 산 바리깡과 한국에서 공수한 가위세트

 16년 전에 무빙세일에서 15불 주고 샀던 바리깡으로 아직도 남편 머리를 잘라요. 숫자에 약한 저는 미국에 처음 오니 새 물건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중고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지 그런 걸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싸게 샀는지 비싸게 샀는지 조차 몰라요. 미국 생활 초기에는 물건값에 대한 감이 없어서 한동안 물건을 사면서 달러를 한국돈으로 환산해 보곤 했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저희와 미국 생활을 함께한 콘에어 바리깡을 아직도 잘 쓰고 있으니 나름 득템인거죠. 아마도 지금은 저 모델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7-8년쯤 어느날 바리깡으로 밀 때 약간 남편 머리가 찝히는 것 같아 기름칠 싹싹해주니 아직까지도 멀쩡해요. 그 무렵 혹시나 해서 세일하는 바리깡을 사두었는데 손에 익은 이 바리깡이 편해서 계속 쓰고 있어요. 가위는 이름이 ARIAIS라고 한국에서 공수받았어요. 미국에 막 왔을 때만해도 한국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사는 게 익숙했던 때라 제가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서 다시 미국으로 보내주셨어요. 일반가위와 숱가위가 들어있는 세트예요. 참고로 미국에서 숱가위를 찾으실 때는 영어로 Thinning Shears 검색하면 되세요. 

 

 제가 한국에서 머리를 잘라본 적이 있었겠습니까. 16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유튜브가 발달하던 시기가 아니라 보고 배우고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냥 잘랐어요. 그런 저에게 머리를 맡긴 남편도 대단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남편 머리를 자른 저도 용감하죠. 한국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를 최대한 유지하며 거기서 짧게 하는 느낌으로 자르는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제가 창조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합니다. 그렇지만 홈미용실은 언제든 A/S가 가능하니 이게 또 장점이기도 해요. 한 겨울 추운 날, 보자기 둘러쓰고 베란다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머리를 잘랐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집안 욕조에서 자르면 되는데 한 겨울 매서운 일리노이 호숫가 칼바람 맞아가며 그런 청승을 떨었는지 지금도 남편이랑 얘기하며 킥킥거리고 웃어요. 아마 집에 머리카락 날린다고 그랬나 봐요. 그 시절에는 그랬어요. 지나고 나니 모두 추억이에요. 

 

 어바나-샴페인은 대부분 비슷비슷 유학생들이 사는 곳이라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하루는 아는 언니가 저희집 휑한 살림 보고 안타까웠는지(미국에 갑자기 오는 바람에 한국 짐을 미국으로 오기 며칠 전에 보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선편으로 보낸 짐을 한 달이 훨씬 지나 받았어요. 집에 살림이 없으니 집안이 울리더만요.) 어느 집이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물건 정리한다고 같이 가주겠다고 해요. 음 바리깡 세트를 왜 사야 할까 하는데 아는 언니가 미국에서는 필요하다고 무조건 사야 한대요. 그래서 사 왔어요. 남편도 제가 자신의 머리를 잘라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저녁에 바리깡 세트를 보더니 관심도 없어요. 설마 했겠죠. 그런데 중부 시골에 미용실도 별로 없고 비싼 데다 미용실에서 한 머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변 한국사람들 분위기가 대부분 집에서 머리 자르는 분위기니 어느 날은 저보고 잘라보래요. 그러지 뭐~하고 자르기 시작한 게 어느새 16년 세월이에요.

 

◈남자 머리 바리깡으로 자르는 순서

 바리깡으로 남자 머리 자르는 순서는 먼저 뒷머리부터 밀고 올라갑니다. 호기있게 앞머리부터 시작하다가 망치면 남편이 바로 알아채니 뒷머리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왼쪽, 오른쪽 양 옆에 머리 밀고, 앞머리 순서로 해줍니다. 바리깡 툴 바꿔 끼워가며 나름 전문가처럼 해요. 마무리는 가위로 하고요. 뒷머리에서 목으로 내려오는 부분에 살짝 골이 있어 바리깡으로 밀어 지지 않아요. 이 부분과 왼쪽, 오른쪽 양 옆에 바리깡이 놓친 부분들은 일반 가위로 들고 고뇌하는 얼굴로 세심히 마무리하면 됩니다. 그다음은 숱가위를 써서 좀 더 프로다운 느낌을 내줘요. 주로 앞머리 자를 때 숱가위 쓰는데요, 요령은 앞머리를 다 내린 상태에서 4-5부분으로 나눈 다음 한 가닥씩 잡고 세로로 쳐주면 자연스러운 앞머리를 연출할 수 있어요. 바리깡과 가위, 숱가위는 홈미용실 필수 아이템이에요. 

 

  미국 생활하며 한 번씩 남편 머리 잘라 본 경험담들 나누면 웬만한 개그 프로보다 더 재미있어요. 마음은 투블럭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레고머리, 호섭이 머리입니다. 어찌나 말씀들을 재미있게 하시는지 외로운 해외생활에, 마음 통하는 분들과 만나 이런저런 미국 생활 경험담 나누며 스트레스를 날리곤 합니다. 다음에는 두 딸들 도라로 변신시킨 얘기도 나눌게요.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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