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스무 살이 되었어요. 마침 어제 친구들과 생일 파티하며 찍은 사진들을 보내준 덕분에 오늘은 그 사진들 보며 큰아이 생각이 많이 났어요. 지난 겨울방학에 집에 와서 지내면서 문득문득 아기 때 모습이 보여 새롭고 신기했고, 제 눈에는 여전히 아이 같은 큰애가 스무 살이라니 저도 놀라워요. 십대에서 이십대로, 이제 진정한 성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동부에 있고, 아이는 대학을 서부로 간 덕분에 연락을 하려다가도 망설이곤 해요. 미국 동부 서부간의 세 시간 시차가 생각보다 커요. 아이가 엄마랑 통화하고 싶다고 하며 서부 밤 9시나 10시부터 시간이 된다는데 그때는 동부는 밤 12시, 1시예요. 몇 번 아이랑 필요한 것 같이 주문하고 얘기하다가 새벽 두 시가 넘어자고는 다음날 비몽사몽 헤매기도 했어요.
요즘 세대는 전화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한다고 하죠. 저희 아이들도 그래요. 엄마는 아이 목소리도 듣고 싶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 한데 수업중이거나 혹시라도 방해될까 싶어 자중하고 있어요. 그래도 한동안 연락이 없으면 간단히 '생사확인 바람'하고 보내기도 하고, 똥칠이랑 모모-저희 집 친칠라 보이들 사진들 보내주고 그래요. 아이는 기숙사 생활하며 생전 처음 자기 살림을 시작해서 더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옷도 직접 빨아 입어야 하고, 때 되면 차려주는 엄마밥 먹다가 이제는 밥 먹으러 가는 게 일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큰아이는 기숙사 생활하면서 그때그때 궁금한 것들을 사진찍어서 보내고 물어보곤 해요. 대학 가고 처음 이불을 빠는 날에는 집에서 쓰는 이불처럼 듀벳 커버로 생각했는지 이불에 지퍼가 안 보인다고 지퍼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대학 기숙사에 보내는 이불로는 컴포터를 추천하지, 절대 듀벳 커버는 보내지 말라는 선배 어머님들의 말씀을 듣고는 컴포터로 구입해 주었었어요. 살림꾼이 되었는지, 멋쟁이가 되었는지 옷 다려 입을 다리미도 필요하다고 해서 주문해주고, 이번에 와서는 반질고리도 챙겨갔어요. 아이랑 주고받은 문자 몇 개 올려봅니다.
아이는 대학 소포모어 학생들이 주로 쓰는 Toyon Hall이라는 기숙사에 투룸 더블(two room double)형태로 룸메이트가 있지만 방은 따로 쓰고, 거실과 중간에 있는 클라짓은 공유해 쓴다고 해요. 아이 방에는 조그만 냉장고가 있어서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간단한 먹거리 보관도 할 수 있어 편해 보여요. 아이가 고등어가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마침 지인분이 한국 마트에 데리고 가주셔서 냉장고 안에 고등어구이도 있어요. 그러면서 냉장고 사진 구경하라고 찍어보내 주었어요. 고등어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잘 먹었다고 해요. 전자레인지에 데우고는 와입으로 싹싹 잘 닦고, 오렌지 껍질에 물 묻혀서 넣고 돌리고, 커피 내리고 그렇게 했더니 걱정했던 것만큼 냄새도 심하지 않았다고 해요. 암튼 지난번 고등어가 먹고 싶다던 큰아이는 그렇게 해서 고등어를 먹었어요. 남편은 왜 하필 고등어냐고 하며... 아이가 집에 왔을 때,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김창완님의 노래를 틀어서 듣고 다같이 한번 웃었어요.
지인분이 아이를 한국마트에 데리고 가주신 덕분에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베이 지역에 100불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배달해주는 업체가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기숙사에서는 해먹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긴 하지만 아이 먹인다고 먹을 것들 챙겨서 멀리까지 보내지 않고 근처에 있는 업체에서 구입하면 배달까지 되니 편리해 보여요. 혹시라도 베이지역 근처에서 아시안 식료품 배달이 필요하다면 이용해 보세요.
서부에 사는 지인 중에 그집은 저희와 반대로 큰아이가 대학을 동부로 갔어요. 밑으로 동생들이 나란히 있어 대학 신입생으로 처음 대학 기숙사 들어갈 때 남편만 함께 가고 엄마는 못 갔었대요. 그 집 큰아이가 워낙 야무지고 독립적인 아이라 그다음 해부터는 엄마 오지 않아도 된다며 알아서 했대요. 그래도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 대학 졸업에는 꼭 가야지 마음먹고는 온 가족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대학 졸업식을 기다렸는데 그해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졸업식 자체가 취소되어 결국 아이 대학을 한 번도 못 가본 엄마가 되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저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와 조언을 해주셨어요. 아이가 지내고 있는 대학교는 어떤지, 그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엄마라면 당연히 궁금하지요. 저역시 큰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그래도 씩씩하게 공부하고 생활하는 아이가 고맙고 대견하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