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노란빛 고운 빛깔만큼 부드럽고 고소한 단호박 스프를 만들었어요. 단호박 좋아하는 둘째가 있어 마트에 가면 꼭 집어오게 됩니다. 영양 많고 맛 좋은 단호박! 간단하게 에어 프라이어에 돌려 단호박 구이로도 즐기고, 단호박 스프로도 만들어 먹습니다. 미국에 호박 종류가 너무 많은데요, 단호박 스프를 만들 때 Kabocha를 써요.
지난번 트레이더 조에서 사온 단호박(Kabocha)이 이른 수확을 해서인지 단단하게 여물지 않았어요.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는데 단호박을 깨끗이 씻어 자르려고 칼을 넣어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단단하게 여문 단호박은 칼이 잘 들어가지도 않고, 칼이 들어간다해도 빼기도 쉽지 않습니다. 살림 초보 시절, 처음으로 단호박을 자르는데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 익혀서 자를 생각을 못하고 무턱대고 잘라보려다 칼을 넣고 빼지 못해 남편이 퇴근해 올 때까지 기다렸던 재미있는 기억이 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딸들과 단호박 바라보고 깔깔 웃었더랬지요.
덜 여문 단호박은 쉽게 잘 잘라지는만큼 물기가 많아 단호박 구이를 하면 아무리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도 흐물거리는 식감이 나요. 저희집에서 단호박의 여문 정도는 구이로 변신하느냐 스프가 되느냐 기준이 됩니다. 물론 단호박 스프 만들기가 쉽고 간단한 데다 맛도 있어서 한번 해 먹고 나면 또 해 먹고 싶어 지실 거예요. 저희도 일주일 만에 다시 또 단호박 스프를 해 먹었습니다. 생크림이 들어가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단호박 스프, 단 것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있습니다. 미국에서 생크림은 heavy cream으로 구입하시면 됩니다.
뭐든지 껍질에 영양이 많다고 하죠. 그런데 단호박 스프를 만들 때 껍질을 벗기는 이유는 껍질채 단호박 수프를 만들면 예쁜 노란 빛깔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단호박 스프에 양파를 넣으면 풍미가 더해지니 꼭 넣어주세요. 버터에 단호박과 양파를 볶다가 물 넣고 끓이고, 그 냄비 그대로 핸드블랜더를 이용해 갈아주면 편해요.설거지거리가 하나 주는 거에요. 다만 핸드블랜더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뜨거운 스프가 튈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편한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곱게 갈아지는 건 믹서기가 더 좋아요. 믹서기 사용 후 알뜰주걱(스페츌라)을 이용해서 믹서에 묻은 단호박까지 알뜰하게 챙겨주시면 됩니다.
단호박 스프에 생크림을 넣으면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더해져 훨씬 맛있는 스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생크림이 없다면 우유를 조금 더 넣으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생크림 넣는 걸 추천드려요. 레스토랑에서 먹는 그 단호박 스프 맛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단호박 스프를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다가 다시 데워먹으려면 처음보다 걸쭉한 느낌이 들어요. 단호박 스프를 다시 데워 드실 때는 우유를 조금 더 넣고 데우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