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한 사람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듯이 두 딸을 낳아키우면서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내 속으로 낳았어도 아이를 잘 몰라요. '우리딸이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게 되고, 때로는 아이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의 엄마도 저를 키우면서 그러셨겠다 싶어요.

 

  어느덧 10월 중순이 훌쩍 넘었어요. 보스턴 지역은 9월 labor day(노동절) 지나고 개학을 하니 새학기 적응하느라 분주한 시기입니다. 특히나 하이스쿨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중학교때까지 설렁설렁 좀 여유있게 보냈던 아이들조차도 대학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부모도 아이들도 다들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특히나 안전하고 학군 좋다고 소문난 동네에, 유태인들이 많은 곳이라 경쟁이 정말 말도 못합니다. 무슨 공식처럼 어느 클럽활동을 하면 하버드에서 좋아한다, 하버드에 많이 간다는 소문들도 무성했어요. 그런 유명 클럽에 들어가려면 테스트에 인터뷰까지 봐야 해요. 그러다보니 학교 수업뿐 아니라 방과 후 클럽활동도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하이스쿨에 들어가고 큰아이는 학교 디베이트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학교내에서 인기많고 대학에 잘가기로 유명한 클럽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신경 쓸 것도 많고, 클럽에 가서 있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집에 와서도 리서치하느라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클럽활동이었어요. 나중에 또 말씀 나눌 기회가 있겠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운 클럽활동이었어요. 

 

 여튼 학교 수업 끝나고, 클럽활동에 학생회 활동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많이 지치고 피곤했었나봐요.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면 2라운드를 시작해야 합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악기 두 가지를 했기에 악기 렛슨도 가야하고, 연습도 해야하고요. 이때는 운동도 했었으니 더 바빴어요. 여기에 리서치도 해야 하고요. 큰아이는 저녁먹기 전에 잠깐씩 낮잠을 자곤했어요. 저녁먹자고 부르면 대답은 하는데 애가 나오지 않아 노크하고 들어가보면 방문 앞에서 쪼그리고 잠들어있었어요. 잠결에 대답만 너무 잘한거죠. 그럴만도 한 게 아이들 다니는 하이스쿨은 7시 30분 경부터 1교시 수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0교시 수업을 할 때는 학교에 6시 30분까지 가야 하고요. 그야말로 아이도 엄마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그런데 차가운 마룻바닥에 쪼그리고 자는 모습이 얼마나 안스럽던지, 왜 침대에 올라가서 자지 않느냐고 물으면 씻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요. 저녁먹고 나서 운동이나 렛슨 등이 있으면 다시 나가야 하는데 샤워하기도 애매하고, 샤워하고 침대에 들어가야 하는데 학교 다녀와서 씻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괜찮다고 해도 아이는 방문 앞에서 쪼그리고 자곤 했어요. 안스러운 마음에 살살 들어가 담요도 덮어주기도 했었어요. 그 뒤로 침대시트는 엄마가 더 자주 빨면 되니까 조금을 자더라도 편하게 자라고 얘기했었어요. 절대 깔끔떨며 청결을 강조하며 키우지 않았는데 아이가 왜 이럴까 걱정되기 시작했었어요. 그렇게 큰아이가 결벽증 또는 강박증이 아닐까 고민을 잠시 했었던 시기였어요. 

 

 제가 그런 오퍼를 하니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여전히 쪼그리고 자는 아이에게 엄마가 침대시트 좀 자주 세탁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라고 더 설득을 했어요. 그러자 학교 다녀와 손발만 씻고는 침대에 올라가는 게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강박일까 걱정하고 의심했다니 제가 너무 오버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리고 지난번 대학기숙사에 가서 보니 아주 털털하게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절대 결벽증은 아니었구나 결론 지었어요. 

 

 부모 마음이야 아이들이 아프면 대신 아팠으면 좋겠고,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은데 그에 반해 아이들이 커갈수록 어렸을 때와 달리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요. 오히려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해주마하고 대기하고 있어요. 지금은 우스개소리로 그때 큰아이가 그랬었지~ 하며 추억삼아 얘기하곤 해요.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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