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지난 일요일 남편은 덴마크로 출장 가고, 큰아이는 화요일 밤에 독일로 study abroad를 떠났고요. 둘째는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요. 나흘간 집에 혼자 있었어요. 아마 결혼하고, 아이들 태어나고는 처음으로 이런 시간을 가져본 듯 싶어요. 특별한 일상을 맞이한 저에게 친구가 혼자 울고 있는 거 아니냐고 수요일에 연락이 왔어요. 저는 무얼 하며 지냈을까요? 조금전 남편이 덴마크 공항에서 보딩 대기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혼자만의 특별한 일상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아쉬운 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집안 모든 창문을 열고 집 대청소를 시작했어요. 매년 여름방학이면 아이들 캠프에 보내고, 두 아이가 가는 여름캠프가 달라서 시기적으로 둘이 같이 캠프를 가느라 집을 비운 날은 딱 한번 일주일간 있었어요. 그래도 한 녀석만 없어도 일이 어찌나 수월한지요. 남편은 회사에 가고 낮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늘 대청소를 해왔어요. 그렇게 청소 한 번 해 놓고 나면 일 년이 편안합니다.

 

 대청소를 하려면 일단 클라젯이고, 서랍이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놓고 시작하니 심란해 보입니다. 또 자칫 잘못 보면 오히려 어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농담 삼아 남편이 치우는 게 아니라 더 어지럽히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해요.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해야 좋습니다. 따로 시간 맞춰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라이드를 하지 않아도 되니 맘 편히 청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집에 식구들이 있어 이 대청소를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한다고 해도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느라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고요. 청소하다 맥이 끊기니 의욕도 사라져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하고 살았어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요. 

 

 코로나 이후 남편은 아직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직을 했는데 역시나 재택이 가능합니다. 출퇴근 시간의 보스턴 교통상황을 생각해보면 일의 특성상 재택이 가능하니 다행스럽기도 해요. 대신 일의 경계가 없기에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보여요. 새 회사에서는 회의가 정말 많아서 새벽에도, 밤에도 회의 일정이 있습니다. 회사 옮기고 매일 강제로 회의하느라 영어가 늘었다며 남편은 너스레를 떱니다. 

 

 둘째는 올 6월 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입생으로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요. 물론 학교에 가자마자 코로나에 걸려 삼 일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와 일주일을 지내다 가느라 대학에 간 지는 현실적으로는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하버드가 집하고 워낙 가까운 학교이기도 하고, 막내라 그런지 자주 문자 보내오고 전화도 오고 그래요. 중간에 필요하다는 것 있어서 챙겨서 갖다 주느라 일주일에 한 번씩은 얼굴도 볼 수 있었어요.

 

 큰아이는 프랑스에서 두 달간 써머인턴십을 마치고 함께 포르투갈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스탠퍼드는 쿼터제 대학이라 다른 대학에 비해 조금 늦게 9월 20일에 새 학기가 시작했어요. 그 일정에 맞추어 독일로 가느라 집에 와서 약 4주 가까이 지냈어요. 그렇게 둘째가 대학 가고 둘이 바통 터치라도 하듯이 큰아이가 집에 있어 허전한 줄 모르고 지냈어요. 

 

 이렇게 가고 나면 아쉽고, 있을 때 더 잘해줄 걸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에요. 그런데 특별히 더 챙겨준 것도 없어도 집에 있으면 밥 한 번을 해도 더 신경쓰게 되고, 널브려놓고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외면하고 살았어요. 혼자 있는 특별한 이 시간, 대청소를 시작해 보니 팬데믹 이후 2년 넘게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아 곳곳에 치울 게 얼마나 많은지요. 둘째도 대학 갔으니 아이가 봤던 책이나 프린트물, 노트 등도 이제 모두 정리해야 하고요. 특히나 올해는 여름부터 내내 짐보따리 챙기느라 정신없이 보냈어요. 주변에서 자유부인 놀이 잘하고 있냐고 하는데 자유부인은 대청소 마치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깨끗이 정리 정돈된 집에서 음악 들으며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즐기고 싶어요. 

 

 여튼 이제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우리 부부에게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할 때도 있지만 어찌 보면 무탈한 그런 일상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상 청소하다 말고 휴식 겸 간단히 글 남겨봅니다. 남편이 조금 있으면 오니 늘어놓은 것들 얼른 정리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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