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기숙사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버드 야드에 있는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는 둘째가 배웅을 해 줍니다. 저멀리 서로가 안보일 때까지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서로 손을 흔드는 모녀를 누가 보면 생이별하는 줄 알았을 거에요. 저희 모습을 보며 두 살 남짓 딸아이와 유모차 끌고 오던 한 엄마가 바라보고는 눈물난다며 먼 훗날 자기도 그럴것 같다고 잠깐 얘기도 나누었어요. 재미있는 건 이 길로 바로 집에 와서 미처 다 챙기지 못한 것들, 타워형 큰 선풍기 등등 챙겨들고 또다시 학교로 갔다는 거에요. 지난 여름내 한국에서 한 달, 파리에서 한 달, 그렇게 아이가 집을 비워도 괜찮았는데 아이를 대학 기숙사에 내려놓고 오는 발걸음은 예전과 다릅니다. 

 

그렇게 둘째 기숙사 정리를 해주고 나오며 집에 있는 큰아이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이번 여름 파리에 있으면서 큰아이가 해먹어보고는 엄마아빠도 해주겠다던 Beef bourguignon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레드 와인 한 병이 다 들어간 음식인데 엄마아빠가 늦게 집에 오는 바람에 졸여지고 또 졸여져서 한층 깊은 맛이 났어요. 와인에 빵과 곁들여 Beef bourguignon를 먹고는 둘째 아이의 즐거운 대학을 기대하며 푹 잤어요.  

 

Beef bourguignon가 조금 남아서 다음 날은 밥 위에 올려 먹었는데 나름 잘 어울렸어요. 큰아이가 독일로 가기 전에 또 한번 해달라고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고 나중에 저도 만들어 보려고 해요. 

 

Beef bourguignon 재료

Olive oil, white mushrooms, carrots, potatoes, onions, garlic, parsley, thyme, bay leaves, red wine

 

 그리고 일요일 느즈막한 아침, 여행으로 한동안 가지 못했던 AMC 극장으로 셋이서 향합니다. 파네라에서 브런치를 먹고는 영화 Fall을 봤어요.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했는데 둘째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어요. 열이 많이 난대요. 무브인데이날 도와주던 선배 중 한 명이 코비드 확진자라고 이메일을 받아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막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아이 기숙사 짐을 챙기느라 시차적응할 사이도 없이 많이 바쁘고 그러다보니 몸살기도 있고 해서 제가 코로나가 아닐까 잔뜩 긴장하고 며칠을 지냈어요. 그런데 제가 아니라 둘째가 코비드래요. 아이 대신 아파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일요일 아침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서 챙겨간 코비드 자가키트로 검사를 했을 때는 음성이 나와서 코비드는 아니겠지 했어요. 하버드  학생들에게는 담당의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전화예약을 했는데 일요일 오후 5:20에 예약하고 바로 5:40에 의사를 만났어요. 담당의였는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의사를 정말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놀랐어요. 스트랩 검사를 하니 이상이 없어 코비드와 플루 테스트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엄마, 나 코로나래." 5일간 격리조치 해야한다고 해요. 담당의가 ㅇㅇ이는 건강하니까 격리 마치고 나면 바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대요. 집에 와도 되냐고 물으니 갈 수 있으면 집에 가서 쉬라고 해서 부랴부랴 아이 데리러 다시 학교로 갔어요. 기숙사에서 딱 삼일 밤 자고 집으로 돌아온 둘째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하버드 입학식 convocation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나눠주는 하버드 뱃지 가슴에 달고 class of 2026 전체 사진과 각 기숙사별로 아이들이 모여서 기념촬영을 해요. 그 모든 것을 둘째는 못하게 되어 어찌나 속상하던지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 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사진 출처: 하버드 2026 페어런트 페이스북

 집이 가까워서 하버드 입학식에 가려고 했었었어요. 그런데 하버드 입학식은 신입생들만 참여가능하대요. 학부모 페이스북에서 보니 원하면 가서 볼 수 있다는 말에 호기롭게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신입생만 입장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어요. 입학식에 참석은 못해도 끝나고 나면 풋풋한 대학 새내기 기념사진을 마음껏 찍어주고 싶었어요. 2년 전 큰아이 스탠포드대학 입학식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봤고, 작년 다시 입학식을 해 주었지만 상황상 가지 못했어요. 대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봤던 기억이 나요. 

 

 둘째는 이박삼일 꼬박 고열에 시달리다 이제 열이 잡혔어요. 오늘부터는 수업이 시작되어 지금 방에서 수업듣고 있어요. 얼른 회복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를 기도합니다. 한 주간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저도 덩달아 분주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과 사진으로 보는 스탠포드 대학 입학식

 

라이브 스트리밍과 사진으로 보는 스탠포드 대학 입학식

 참 좋은 세상입니다. 학교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학교 행사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Opening Convocation Ceremonies for Frosh & Sophs 행사가 9월 19일 오후 2시 행사로 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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