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유럽에 가면 소매치기 조심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파리에서 써머인턴십 두 달 간의 일정 중 일주일 남겨놓고 큰아이가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소매치기가 일어나는 건 정말 한 순간, 그동안 별일 없었기에 잠시 방심한 탓도 있었나 봅니다. 저역시 지금껏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하고 있던 차에 날벼락 같은 소식에 너무 놀라고, 멀리서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어 답답했어요. 

 

 한적한 식당 야외에서 저녁을 먹는데 언제 가져갔는 줄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핸드백 자체가 없어졌다고 해요. 일단 아이는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어요. 핸드백은 물론 그 안 들어있는 지갑과 핸드폰, 숙소 열쇠 등등 모두 그대로 끝입니다. 찾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경찰서에 리포트를 해야 합니다. 경찰서에 가도 너무 빈번한 일이니 경찰들도 놀라지 않고 프랑스에서는 일상다반사인 소매치기 사건으로 치부한다고 해요.

프랑스 파리에 가면 소매치기 조심하세요(출처: pixabay)

 

 그래도 여권은 숙소에 두고 다녀서 여권을 새로 발급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큰아이가 파리로 인턴십 가기 전에 여행자보험을 들었습니다. 보상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경찰 리포트 한 서류와 핸드폰, 지갑, 핸드폰 등등 각 물건의 가치를 적고, 영수증이 있다면 함께 첨부해 보험회사에 제출 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유럽에서 소매치기 당하고 여행자보험에서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후기로도 남겨보겠습니다.

 

큰아이가 가지고 있던 신용 카드는 모두 정지시켰는데요. 문제는 둘째의 신용카드도 같이 정지를 당해 버렸습니다. 첫째와 둘째의 카드가 모두 남편 신용카드의 authorized user로 받은 것이라, 남편 카드까지 같은 계정의 세장의 카드가 모두 정지되었습니다. 남편이야 다른 카드를 쓰면 되니 상관이 없지만, 첫째와 둘째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면 바로 생활에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둘째에게는 남편이 백업으로 준 AMEX 카드가 하나 더 있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프랑스에서 AMEX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종종 있어서 현금으로 생활해야 했구요. 문제는 첫째인데, 백업으로 준 카드까지 한번에 모두 도난당해 신용카드가 한장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신용카드가 단 한장만 남아 있으니 생활이 많이 복잡했나봅니다. 마트를 가거나 물건을 사오는 것은 모두 둘째가 하게 되었어요. 첫째는 조금 남아있는 유로 현금 사용으로만 살아서 고생은 했지만 생활은 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열쇠.

 

아이 방 열쇠만이 아니라 건물 자체에 들어가는 키가 있어서 이것까지 전부 바꾸어야 한대요. 보스턴에 있는 건물들도 그런 형태가 많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숙소주인이 얼마를 청구할지 몰라 떨고 있습니다.

 

예술과 낭만이 있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라지만 치안이 좋지 않으니 조심 또 조심하시라 짧게나마 글 남겨 봅니다. 

 

 한때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 다 키운 게 아닌가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클수록 엄마의 걱정도 같이 커집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 행동반경 자체가 좁아 제 눈에 보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한데, 아이들이 클수록 집에만 있는 게 아니니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들까지 가늠하며 걱정해야하고 스케일만 커진 듯 해요. 자식 걱정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어느날부터 이해가 가요. 사실 저희 부모님, 시부모님들 눈에도 저희도 마찬가지 일테죠. 자나깨나 자식들 걱정하고 계시니까요. 그런 것보면 저역시 아직 멀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참 여러가지 일들을 겪습니다. 큰아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면서 어떤 의미에서 파리는 잊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어요. 그래도 아이가 다친 곳 없이 소매치기만 당한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마지막에 고생은 하겠지만 이번 여름 파리에서의 인턴십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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