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둘째 아이 픽업하러 나가는데 옆집 할아버지 댁에 sale pending 사인을 거는 걸 봤어요. 아마도 리얼터겠지요. 저를 보고 웃어주는데 급히 나가야 해서 손만 흔들고는 아이 학교로 갔어요. 4월 초 큰 컨테이너가 와서는 할아버지 물건들이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허무하던지요. 평소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물건 들이었을 텐데... 주인이 없는 물건들은 갈 곳을 잃고 결국 모두 쓰레기로 치부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지난해, 12월 13일 추운 겨울,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먹먹했어요. 그때 친구분 말씀이 당분간은 그대로 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니 드디어 할아버지 물건들을 정리하고 집을 내놓는구나 했어요.
아이를 픽업해 집에 가까이 올 무렵 "할아버지 집 팔렸나봐."하고 둘째에게 말하니, "이 집은 할아버지 집인데... 할아버지가 여기 계속 계실 것 같은데, 정말 우리한테 잘해주셨었는데..." 하며 말끝을 흐려요. 누가 이사올지 모르지만 옆집을 보면 늘 할아버지가 생각나겠지요?
집값이 조금 주춤해진다 어쩐다 하지만 이 동네는 아닌가봐요. 집 내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펜딩 사인이 붙은 걸 보니 빨리 진행되었던 듯 싶어요. 어떤 이웃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옆집을 보면 계속 할아버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잠깐 야드에 나가 봄 농사를 어찌 지을까 하며 잡초도 좀 정리하는데도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어디선가 "헬로우~"하고 낯익은 할아버지 목소리가 날 것만 같았어요.
햇살 좋은 날이면 늘 밖에 나와 계시던 할아버지, 오늘 모처럼 맑고 파란 하늘을 보니 더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