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한국에서 EMS 택배를 받았어요. 수험생을 위한 한약이 함께 들어 있는 택배예요. 둘째 아이는 17세 고등학생이라 화이자 백신을 1, 2차 접종하고 생리주기가 늦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아주 조금씩 매일매일 나와서 얼마 전에 병원에 예약하고 다녀왔었어요. 어머님과 통화 중에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한약을 먹어보자고 하셨어요. 원래도 손발이 차고, 소화 기능도 약한 편인데 수험생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있고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있어요.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예전에 피검사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지라 수험생 스트레스이거나 주변에 화이자 백신 맞은 분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고, 아이 친구들 사례도 비슷해서 코비드 백신 부작용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마침 시부모님께서 다니는 단골 한의원에 있어서 다음날 바로 전화통화로 증상을 얘기하고 한약을 지었어요. 예전에 한국 방문했을 때도 한 번씩 한약을 지어먹었던지라 이번에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보통 한국에서 월요일에 택배를 보내면 미국 보스턴에서 빠르면 목요일, 아무리 늦어도 토요일에는 택배를 받아요. 이번 목요일, 어제는 베테랑스 데이라 쉬는 날이라 금요일에 택배를 받았어요. 십 년 넘게 미국에서 택배를 받다보니 그동안 EMS 박스 변천사도 한눈에 알겠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이용요금만 오른 게 아니라 택배 박스 사이즈도 작아졌어요. 보통 김장하고 택배를 보내주시는데 이번에는 한약 보내시느라 김장하시기 전에 먼저 보내셨는데도 또 바리바리 챙겨서 보내주셨어요. 

 

한국에서 온 택배 

 

 우체국 박스가 어느날부턴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어요. 박스를 열어보니 묵은 김장김치와 강경에 가서 직접 사 오시는 낙지젓, 손수 담그신 깻잎장아찌, 집된장과 고추장, 손발 따뜻하게 하는데 생강이 최고라고 생강 절편에 대추랑 배 넣고 달여서 보내주셨어요. 삼을 사서 깨끗이 씻어서 여러 번 찌고 말린 홍삼, 표고버섯 말린 것과 나물류들, 손수 짜오신 참기름, 들기름이며 고춧가루, 머리랑 똥 빼고 다듬은 국물멸치, 깨도 볶고, 마늘도 다 까서... 안봐도 훤히 알아요. 저걸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바쁘셨을까. 힘드셨을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을 또 많이 보내주셔서 지인분들과 나눠먹으라고 넉넉히 보내주시고요. 이밖에도 수면 양말 등 둘째 아이를 위한 수험생 패키지들을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여든을 바라보시는 어르신들께서 그 무거운 걸 들고 우체국에 가셔서 부치시려면 얼마나 힘이 드실까 싶어요. 저희 부모님과 아버님은 모두 동갑이세요. 어머님은 다섯살이 젊으시고요. 어머님은 내가 그래도 젊으니까 조금이라도 젊은 내가 챙기겠다고 저희 부모님께도 예전부터 말씀하셨어요.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말씀드려도  "내가 아직은 건강하고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야. 그때까지는 아무 말하지 말고 받아먹어라. 우리만 보내는 거 아니야. 여기 우체국 오면 자식들 먹인다고 다들 이렇게 보내." 늘 그렇게 말씀하세요. 이 말씀에 전 눈물이 나려 해요. 
그 어느날 한국서 오는 소포를 못 받아서가 아니라 두 분이 연로해지신다는 사실이요
한국에 있을 때도  효도라는 걸 한번도 못 해본 며느리이고,
또 갑자기 미국으로 와서 여기서 살게 되어 사랑하는 손주들 자라는 모습도 못 보여드리고, 이런 것 저런 것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한없이 부족한 며느리인데요. 
언제 효도를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생신날 따뜻한 밥이라도 챙겨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무한정 받기만 하는 이 사랑을 제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전해 줄 수 있을지. 소포를 받기도 전부터 어르신들 생각에 눈물 나고, 꽁꽁 싸맨 택배박스 하나씩 풀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은 감히 자식이 따라갈 수 없는 듯해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담은 한약 먹고 둘째 아이도 나아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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