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정말 빠릅니다. 어느새 스피킹인잉글리쉬 블로그를 연지 2년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2020년 코로나로 집에 갇혀 지내게 되면서 영어 스피킹 스터디 그룹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해 처음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었어요. 블로그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 컴맹에 가까운 아줌마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었어요. 그리고 2021년 2월 22일, 블로그 스킨을 친효스킨으로 바꾸면서 블로그 소개글을 처음으로 올리며 블로그를 만든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며 차차 말씀드린다고 했었는데 블로그 2주년 기념으로 오늘 얘기해보려고 해요.
2020년 3월, 미국에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큰아이는 하이스쿨 시니어로 대학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어 조금 홀가분한 마음이었어요. 반면 둘째는 하이스쿨 10학년으로 곧 주니어가 될 아이라 어찌보면 학교생활하며 제일 바쁘고 또 대학입시가 가까워오니 스트레스 또한 많은 시기였어요. 대입을 앞두고 그 자체만으로도 버거운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아 하고있던 활동들까지도 막혀서 답답해하던 때에요. 그나마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인터넷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많은 아이들이 온라인 튜터링, 온라인 클럽 등등을 시작했고, 마침 둘째에게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자신이 그것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며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에 얘기를 꺼내요. 그러기를 한참이 지났고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는 시작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엄마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써보아라 했던 한석봉 어머니처럼 '엄마는 블로그를 만들어볼 테니, 너는 그 일을 해 보아라'하는 심정이었어요.
컴맹 아줌마라 블로그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몰라서 티스토리 블로그 관련 한국책을 전자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어요. 미국에서 한국 책을 구입해서 보려면 시간이 걸렸을 텐데 한국에 있는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니 그날로 책을 빌려 볼 수 있었어요. 그날 바로 티스토리 관련 책을 빌려서 블로그 만드는 걸 시작했어요.
당연히 컴퓨터를 모르는 아줌마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한글로 적혀있는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몇 번이고 물어봐가며 해야 했고요. 기억력은 날로 희미해져 물어봤던 것인데도 다시 새로워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기를 여러 번 했어요. 그렇게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들을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얘기하며 오늘은 이만큼 했고, 내일은 이렇게 해볼 거야하며 다짐도 했어요. 그리고 블로그 구성이나 사진 이미지 같은 것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좋은지 의견도 물어보고요. 점점 블로그 형태가 잡혀가니 저도 가족들도 신기해하며 뿌듯해했어요.
뭐든 쉽게 시작하는 큰아이와 달리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둘째는 시작하는 게 힘들었어요. 둘째의 이런 성향은 어려서부터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어려서 여름 방학때 한국에서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어요. 매일 스케치북에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오는 큰아이와 달리 잘하고 싶은 마음에 생각이 많아져서 선뜻 시작을 하지 못해 둘째는 스케치북 한 장을 채워오는 걸 힘들어했어요. 이런 성향은 일단 시작을 하면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완벽해지고 나면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어쩔때는 시도조차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아요. 그래서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고 하다가 그만둬도 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 이런 얘기를 너무 자주하면 조금만 힘들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아이가 될까싶어 그런 말도 함부로 할 수 없기도 해요. 이러나저러나 부모 자리는 어렵구나 싶어요.
다행히 자기 앞가림하며 생활하는 아이들이지만 가끔씩 지치고 힘들어 할 때면 제 얘기를 해주곤 해요. 엄마는 갑자기 미국에 와서 살게 되면서 힘들기도 했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지만 너희들 이렇게 키우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았다고요. 적어도 미국에서 학교다니며 자라서 영어의 불편함이 없는 너희들은 그것만으로도 분명 엄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거라고 얘기해 줘요. 부모로서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요. 세상의 잣대로 성공하기를 바라기 보다 무얼하든 자존감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갔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둘째가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 엄마가 블로그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해요. '엄마는 블로그를 할테니, 너는 ㅇㅇㅇ을 해봐'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제 생각이 통했어요. 세상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하죠. 지나고보니 2년 전 블로그를 시작한 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함도 많고 실수도 많지만 이렇게 블로그를 열어 좋은 분들과 소통하며 영어공부도 계속하고, 제가 경험한 것들을 기록해 나가는 공간이 있음에 참 감사해요.
물론, 힘든 적도 있고 여전히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잘한 일이다 싶어요. 블로그 2주년 기념 자축해 봅니다. 더불어 스피킹인잉글리쉬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 또 저와 함께 영어공부하고 계신 분들 모두 목표한 바, 원하는 바 이루시고 건강하게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만난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