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대학생 겨울방학이 끝나 둘째를 기숙사에 내려주고 왔어요. 쿼터제 학교, 스탠퍼드에 다니는 큰아이는 1월에 첫 주, 주말에 학교로 돌아갔고요, 학기제 학교인 하버드는 수업이 23일, 월요일부터 시작해요. 다시 고요함이 시작됩니다. 큰아이가 처음 대학에 가던 날, 공항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정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이제 부모 품을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그동안 못해 준 것만 생각나고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등이 교차하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눈물로 대신했던 것 같아요. 

 

 둘째는 학기말 시험이 빨리 끝나 거의 6주, 큰아이는 3주간 함께 있었어요. 늘 이렇게 네 식구가 살았었는데 하나 둘 대학으로 가고 나서는 남편과 둘이서 지내는 게 또 익숙해졌어요. 둘째가 집 가까이에 있는 대학에 가서 그런지 큰아이가 대학을 갔을 때와는 또 달라요. 이게 둘째라서 그런 건지, 마음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건지... 또 미국대학의 일정을 알게 되어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 방학할 때, 또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페이스북 Parents of the Harvard Class of 2026와 Stanford Parents & Guardians- Class of 2024에 부모님들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같은 나이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마음은 모두다 비슷비슷 같은가 봐요. 

 

 생각보다 미국대학이 쉬는 날이 많아요. 방학도 길어요. 이제 두 달 있으면 봄방학이고요. 그렇게 또 두 달이 지나면 여름방학이에요. 선배어머니들 말씀이 아이들이 방학이라고 집에 온다고 하면 반갑기도 하지만 일상의 고요한 평화가 깨지는구나 싶다가... 또 막상 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갈 때가 되면 보내기 싫고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요. 대학생 아이들이 방학해서 집에 오면 기숙사 생활하느라 그동안 못 먹은 집밥 해먹이고 챙기느라 엄마들은 분주해요. 방학해 돌아오면 우스갯소리로 상전들 잘 모시느라 바쁘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게 북적북적 예전처럼 함께 지내다가 다시 보내려니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생겨요.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아이들이 머물던 방 바라보며 울적해지다가 고요함이 적응될 때 쯤이면 다시 방학이라 집에 와요. 처음에는 아이들 없는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데 이제 아이들 없는 빈자리도 제법 익숙해져 가요. 이 사이클이 아이들 대학 4년간 반복되면서 조금씩 감정이 무뎌져 간다고 해요. 그래야 살아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

농담반,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을 되뇌어 봅니다. 

 

기숙사 문 열고 들어가는 둘째 뒷모습이에요. 대학 들어간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학기를 마쳤어요. 처음 기숙사 들어가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막내라 늘 애기같은데 한 학기 대학생활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들과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하니 긴장도 되고 생각이 많아지나 봐요. 같이 짐정리하는 것 도와주고 쿨한 엄마처럼 허그 진하게 해 주고는 헤어졌어요. 허전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나옵니다. 낮의 복작거리는 모습과 다른 하버드 야드의 야경 몇 장 담아봤어요. 

기숙사로 들어가는 둘째와 하버드 야드 야경 

 드디어 차에 하버드 범퍼스티커를 붙였어요. 이런 거 붙이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이유는 딱 하나에요. 하버드에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학교 앞에 잠깐씩 주정차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주차단속이 심한 곳이기도 하고요. 학부모인 걸 알면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큰아이가 서운해할까 봐 2월 패밀리 위켄드에 팔로 알토에 가면 스탠퍼드 맘 데칼도 사서 같이 붙여야 하나 하고 있어요. 

 

 이제 아이들이 집에 없는 게 일상입니다. 저도 제자리로, 다시 고요한 일상의 시작입니다. 아이들도 저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고 다시 만나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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