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좀 전에 보스턴 로간 공항에 또 다녀왔어요. 어제 큰아이가 독일에서 오고 산더미 같은 빨래를 몇 차례 돌리고 돌리고, 마침 배달 온 LG 스타일러도 열일하고 있어요. 독일에서 학기말고사 보고 오느라 잠 못 자고 힘든 와중에 짐 챙겨서 집에 오려니 아이도 힘들었을 거예요. 감기까지 걸려서 콜록콜록, 혹시나 해서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를 어제, 오늘 했답니다. 독일과 미국 동부 시차도 6시간이라 집에 와서 긴장이 풀려 자고 있는 모습 보니 어찌나 안스럽던지요. 

 

 여하튼 저는 하나라도 빨리빨리 한다고 아침에 이미 세탁기 한 차례 돌리고는 다시 색깔 옷 빨래를 세탁기에 넣다가 세탁기에 자리가 있어 보여 아이가 입고 온 패딩도 갖다 세탁기에 넣었어요. 세탁하기 전에는 늘 주머니 검사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패딩은 그냥 세탁기에 넣었어요. 세탁 후 헹굼 사이클까지 야무지게 한번 더 돌리고, 옷을 꺼내는데 패딩 주머니에서 뭔가 만져져요. 이 불길한 예감, 뭘까요...

 

 여권이요. 남편에게 사고쳤다고 얘기하고 수건으로 여권을 꾹꾹 눌러 닦는 동안 남편은 검색해 봅니다. 일단 세탁기에 넣고 돌린 여권은 사용불가라며 여권 재발급받는 것과 본인 확인(운전면허증, 시민권, 소셜 시큐리티 번호, 학생증 등등)하는 것을 얘기해요. 여기서 다시 멘붕이요. 큰아이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요. 하이스쿨 다니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내기도 했고, 시니어 마치고는 코로나로 묶여있는 동안 면허도 안 땄어요. 거기다 시민권은 18세 이전에 받아서 부모이름 아래로 들어가 있죠. 또 시민권 받으며 미들네임을 넣었어요. 그다음 소셜 시큐리티를 업데이트 안 했으니 소셜 시큐리티랑도 일치하지 않아요. 학색증은 이번 여름에 프랑스에서 인턴 하면서 소매치기당했고요. 재발급을 우편으로 받으려는데 스탠퍼드는 학생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고 해요. 학생증 받으러 보스턴에서 캘리까지 다시 갈 여력이 되지 않아 독일로 그냥 갔어요. 어느 것 하나 해당사항이 없어요. 

 

 본인 확인절차를 하려면 다른 서류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서류가 하나씩 다 부족해요. 거기다 연말이라 일처리가 어찌 될지도 모르고요. 1월 9일 새학기 시작인데 비행기를 못 타게 될까 땅이 꺼져라 걱정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무슨 정신으로 저녁을 해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 중에 비빔밥이 리스트에 있어서 나물 데치다 말고 세탁기 부름 받고 내려갔다가 봉변 맞았습니다. 큰아이한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늘 크로스백에 여권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왜 외투 주머니에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아이도 미안해합니다. 엄마라고 아이들 도와주려다가 이렇게 사고 치는 일이 가끔씩 있어요. 일이 잘못되려면 어이없이 일어나는 법이지요. 

 

 그런데 여권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어도 패딩 안쪽 주머니에 지퍼까지 채워져 있어 조금 젖었다 뿐이지 훼손된 건 거의 없었어요. 혹시 모르니 공항가서 직원에게 부탁해 스캔해 보자 제안을 해 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빠른 길이고, 괜찮은 생각 같았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큰아이랑 같이 공항으로 갔어요. 결자해지(結者解之), 주머니 확인 안 하고 세탁기 돌린 저와 옷에서 여권을 빼지 않은 큰아이랑 둘이서 떨리는 마음으로 쭈뼛쭈뼛 공항으로 들어가 줄을 섭니다.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보스턴 로간 공항에 사람이 많아 카운터 직원들 말고도 직원 한 분이 돌아다니며 일을 도와주고 계셨어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서 사정을 말하며 여권을 보여드렸어요. 1월 9일 새학기 시작이라 비행기표를 예매한 게 있으니 뭔가 해결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공항 직원 왈 이런 상황일 경우 여권 스캔이 되지 않더라도 메뉴얼로 처리하니 괜찮다고 해요. 걱정 말고 집에 가서 여권 잘 말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해요. 혹시 몰라 재발급받는 것도 물어보니 그럴 필요 없다고요. 한시름 놓았습니다. 몇 시간 멘붕상태에서 해방되어 집으로 왔어요. 

 

혹시라도 저처럼 여권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을 경우 

1. 여권의 물기를 문질러 닦지 말고 꾹꾹 눌러 닦아주세요. 

2. 여권 한 장 한 장마다 페이퍼 타올을 넣어 여권이 들러붙지 않게 합니다.

3. 무거운 책 같은 걸로 눌러서 여권이 휘어지지 않게 고정해서 잘 말립니다.

 

실수로라도 여권이 훼손되고 여권 재발급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비행기 예매를 한 상황이면 걱정될 수 있는데요. 사진과 여권번호만 제대로 확인할 수 있으면 직원이 직접 수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 괜찮다고 합니다. 저처럼 실수하지 마시고, 세탁기에 옷 넣기 전에 주머니 확인 꼭 하세요. 오늘의 교훈입니다.

 

미국여권 passport 만들 때 필요한 서류와 수수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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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보스턴은 winter break 주간이에요. 네, 2월에 겨울방학입니다. 전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보스턴의 2월은 눈도 많고, 추워요. 그래서 플루샷도 느지막에 맞는다고 했었어요. 따뜻한 봄이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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