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야생 동물들이 주거 지역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를 접해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보스턴 다운타운까지 차가 안막히면 15분정도의 거리에 집이 있어요. 그런데 보스턴은 늘 트래픽이 있어요. 집이 dead end (막 다른 길)에 있어서인지 좀더 한산해요. 집 뒤쪽에서 가끔 특이한 동물 친구들이 출몰하기도 한답니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평소보다 다양하고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기도 해요. 

 

 남편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2층 맨 끝방을 전용 오피스로 쓰고 있어요. 지난 4월 어느날, 북클럽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부엉이 사진을 프린트해서 보여주며 물어요. "무서워 보여?" 도대체 왜? 남편은 갑자기 부엉이 사진을 프린트 했을까요. 네, 3주 넘게 매일매일 로빈이 찾아와서 창문을 향해 발차기 연습을 하고 계신답니다. 창문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러기도 한대요. 그래서 남편이 찾아보니 부엉이나 올빼미 조각상을 놓거나 반짝이는 무언가를 놓아 쫓을 수 있다고 해요. 갑자기 조각상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남편이 선택한 것이 부엉이 사진이었습니다. 

 

혹시 부엉이와 올빼미 구분법 아시나요?

부엉이는 ㅂ처럼 깃털 두 개가 나란히 보이면 부엉이

올빼미는 ㅇ처럼 머리가 동그래서 올빼미

부엉이 머리 위에 양쪽 귀처럼 보이는 것은 귀가 아니라 깃털이래요.

아이들 어렸을 때 함께 그림책보며 구분했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여기서 잠깐 로빈(Robin)을 살펴볼께요. 한국말로는 개똥지빠귀(지빠귀)라 불려요. 몸은 회색이고, 가슴 부분은 붉은 색인 철새로 야생에서 수명은 2년 정도라고 해요. 사진으로 로빈을 찾아보니 참 예쁘게 생겼어요. 평상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인데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마음이 코로나 이후 생긴 것 같아요. 자세히 보고, 자꾸 보면 세상에 모든 것들이 안 예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로빈(Robin, 개똥지빠귀), 출처 Pixabay 

 

 낮 12시가 되면 점심 시간이에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남편은 부엉이 사진이 먹혔다며 좋아합니다. 로빈이 한참 쳐다만 보고 그냥 갔대요. 그리고 저녁 식사시간 6시에 남편이 말합니다. "로빈이가 눈치 챈 것 같아. 화가 나서 발차기를 더하네." 합니다. 단순한 가족에게, 코로나 이후 더없이 단조로운 생활에 로빈이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는 일주일 봄방학을, 남편은 Patriots Day(패트리어트 데이, 애국절- 4월 셋째주 월요일로 메사추세츠주와 메인은 공휴일)를 맞아 회사가 없었어요. 남편이랑 나란히 다이닝 룸에 앉아 있는데 남편이 "로빈이다" 그래요. 그러고보니 로빈이가 남편을 쳐다보고 가요. 어쩐일인지 다이닝 룸 근처까지 와서 남편을 보고 가네요. "저 애가 그 로빈인 줄 어떻게 알아?" 하고 물었더니 매일 보니까 서로가 서로를 안대요. 신기하죠. 그리고, 화요일부터 다시 정상근무를 오피스에서 하는데 로빈이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요. 슬슬 걱정이 되신답니다.

 

 그렇게 한동안 로빈이가 찾아오지 않았어요. 그토록 로빈이를 쫓아내고 싶어하다가 정이 들었는지 남편의 로빈 걱정은 시작됩니다. 온 가족이 로빈이의 근황을 묻습니다. 그러다 로빈이도 봄방학이다, 휴가 간 게 분명하다, "Missing Robin" 전단지 만들어 붙여야 하나 고민도 해가며 온갖 농담을 해 봅니다. 그러다 지난주 아침 드디어 로빈이가 돌아왔다고 남편이 가족 전체에 문자를 보냅니다. 그 문자를 받고 남편 오피스로 달려 갑니다. 마침 큰아이는 수업이 없었고, 작은 아이는 9학년 아이들이 MCAS 보는 날이라 오전 수업이 없어서 로빈을 맞아 줄 수 있었답니다. 

 

로빈이 왔다

 

 

로빈이 발차기 감상해 보세요

 

친칠라를 키우면서는 대부분 감탄사에 쥐를 넣어 사용하고 있어요. 시무룩 → 쥐무룩, 개놀람 → 쥐놀람 등등이요. 그밖에 이모지(Emoji)도 쥐를 쓰고요. 제 셀폰에 아이들 이름을 예쁘게 멋지게 저장해두면 남편이 어느새 큰돼지, 작은돼지로 바꿔놔요.

그래서 가족 채팅방에서는 이모지로 쥐와 돼지가 주로 등장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아빠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뭐라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해요. 한마디로 애칭이 되었어요. 사실 아이들 부르는 별명이 많아요. 암튼 한동안 로빈이 이야기로 가족 이야기 꽃을 피워봤다는 얘기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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