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킹인잉글리쉬~*

 매해 한번 건강 검진을 받고 있어요. 지난해 예약되었던 건강 검진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캔슬되어 올 1월로 재예약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온라인 진료도 많이 보잖아요. 컨펌 콜 대신 이번에는 저에게 옵션이 있다는 전화가 왔어요. 온라인 진료로 보면 1월에 볼 수 있고, 아니면 5월에 가능하다고요. 저는 제 담당 의사 선생님을 직접 뵙고 싶어서 화요일 건강 검진을 받고 왔어요. 한국말로 하면 1차 진료 의사, 제 담당의사 선생님을 영어로는 프라이머리 닥터(primary doctor)라고 해요. primary doctor는 꼭 지정해 두는 것이 좋아요. 또 무슨 서류 작업을 하든 primary doctor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내과는 영어로 Internal Medicine이라고 해요. 병원에 예약하려고 전화하면 어느 부서를 찾냐고 하면 Internal 이라고 하면 되고, 이 과는 가장 기본으로 건강 검진뿐 아니라 다른 스페셜 리스트를 만나기 전에 대부분 먼저 만나야 하는 의사 선생님이세요. 

 

 갑자기 5월로 예약이 변경되면서 시간이 오후 1:45으로 되었어요. 주로 첵업할 때는 오전으로 예약을 해요. 피검사를 하려면 최소 6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해서요. 그런데 1:45인데 괜찮겠어? 묻는데 오케이 했어요. 사실 이때로 예약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무조건 네네 할 수밖에 없기도 했어요. 그래도 혹시나 물어보니 11월 중순이 넘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날도 추워지고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지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다녀왔어요. 

 

 혹시라도 보스턴 근교에 살고 계신다면 프라이머리 닥터로 강력 추천합니다. 한인여자 의사 선생님이신 닥터 앤더슨 선생님이세요. 저희 집에서 조금 멀지만 꼭 선생님을 뵈러 가요. 일 년에 한두 번 뵐까 하는데 뵐 때마다 늘 밝은 얼굴로 얼마나 친절히, 자세히 봐주시는지 몰라요. 저희 둘째가 한때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선생님 뵐 때마다 우리 딸도 선생님 같은 의사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생각하게 하는 분이세요. 한국말도 유창하게 잘하세요. 그래서 여쭤보니 어머니과는 한국말을 하고 지내서 그렇다고 하세요. 그래도 미국에서 의대를 다니셨기에 가끔 한국식 의학용어가 생소하시다며 친절히 영어로 다 적어주세요. 한국인 의사 선생님을 좋은 이유는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증상을 한국말로 편히 말할 수 있어 좋기도 하고, 한국인 특유의 질병이나 조심해야 할 점 등등을 잘 파악하고 계셔서 여러 가지 조언도 들을 수 있어요. 

 

보스턴 지역 한인여성 의사 선생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외출이 제한된 삶을 살다보니 한 번씩 이렇게 약속을 하고 나가는 것이 정말 큰 행사처럼 느껴져요.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길인데도 낯설게 느껴지고요. 어느새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서 저 스스로도 뉴 노멀 시대에 적응이 된 듯해요. 봄이 늦게 찾아오는 보스턴 지역에서 스노우 타이어를 일반 타이어로 교체하는 작업은 주로 5월 초에 해요. 집에만 있다가 작년 5월 초 스노우 타이어를 일반 타이어로 교체하러 오랜만에 길을 나서는데 그때는 무척이나 마음이 힘들었어요. 너무나 맑은 날! 하늘도 땅도 나무도 집도 그대로인데 우리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요. 원래 우울감은 이런 날 더 찾아오죠. 밖은 너무 밝고 맑은데 난 그러지 못하니까요. 얘기가 딴 데로 새네요. 

 

 여튼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병원에 갔어요. 저는 늘 약속보다 미리 가서 기다리는데 병원 예약 시간은 늘 그렇듯 또 더 기다리게 해요. 첵업을 하기 전에 선생님께 여쭤볼 질문들을 늘 챙겨서 적어둬요. 갑자기 생각하려면 기억이 나지 않아서요. 다이어리에 선생님께 질문이란 항목으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적어두었다가 정리해서 여쭤봐요. 지난해 스피킹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서 새로운 증상이 생겼어요. 각 회원님들 스터디 시간을 챙겨드리려고 스터디 가능 시간을 작성하고, 스터디 가능 시간에 맞춰 파트너를 매칭해 드렸어요. 미국 전역 동부, 중부, 남부, 서부, 심지어 캐나다에 계신 회원님이 계셔서 여러 변수를 생각해 스터디 시간표를 짜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어서인지 오른쪽 뒷목부터 시작해서 머리 끝까지 찌릿찌릿한 증상이 계속되었어요. 그 뒤로 신경을 좀 쓴다하면 이 증상이 나와서 괴롭던 차에 선생님과 말씀 나누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했어요. 신경이 등 근육(견갑골)에서 목을 지나 머리 아래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근육이 긴장하고 아프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두통의 원인이 근육통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여쭤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일단은 신경 쓸 일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요. 의사선생님 뵙고, 피검사하고, 왼쪽 팔이 몇 년 전부터 계속 묵직한 느낌으로 아프고, 시리기도 하는데 그 증상이 계속해서 있어서 X-ray를 찍어보자 하셔서 여기저기 병원 안을 돌아다니다가 왔어요. 

 

 식구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첵업갔다가 쓰러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막 해주네요. 네, 밥 꼬박꼬박 워낙 잘 챙겨 먹는 아줌마라서 걱정이 되었나 봐요. 스낵바 하나 가방에 넣어갔다가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하나 먹으며 왔어요. 집에 오니 4시가 다 되었어요. 집에 오니 안심이 되어서인지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어요. 

 

 의사선생님께서 비타민제 뭐 먹냐고 물어보셔서 저는 프로 바이오틱스, 비타민 D, 마그네슘 먹고 있다고 했어요. 제 나이에 딱 맞는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다고 칭찬도 받았어요. 프로 바이오틱스는 아침 공복에 따뜻한 물 한잔과 함께 하는 게 어느새 루틴이 된 것 같아요. 다른 건 잘 못 챙겨 먹는데 이것만큼은 아침에 챙겨 먹게 되어 습관의 힘을 다시금 느껴요. 이제는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받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안심하게 되는 나이가 된 듯해요. 이렇게 1년 또 잘 보내고, 다시 1년 뒤 아무 이상 없다는 말 듣고 오는 게 1년에 한 번씩 받는 선물 같아요. 모두 건강하세요.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